
살인의 고백 상·하
마치다 고 지음, 권일영 옮김/한겨레출판·각 권 1만4500원
달을 보는 심정으로 읽었다. 상처마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흘러 멀리서 보면 흠 하나 없는 지구와 달리, 수십억 년 긁힌 상처가 그대로 새겨진 별. 위로받지 못한 상처가 어떤 모습인지 잊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지구 곁에 하필 달이 있는 까닭을.
같은 이유로, 이런 문학도 우리 곁에 필요하다. 무려 열 명을 살해한 인간의 내면을 964쪽(한국어판)에 걸쳐 표현하면서 세세하게 까뒤집기가 내장 융털 같은 ‘징한’ 소설. 아쿠타가와상,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등 최고의 문학상을 휩쓴 마치다 고의 작품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1962년생으로 펑크록밴드 보컬, 배우이기도 한 그의 대표작 <살인의 고백>(2005)은 10년 넘도록 일본 청년들의 스테디셀러다.

19세기 말 가와치 지역의 실제 살인사건이 바탕이 됐다. 생각을 표현할 언어를 못 찾는 아이가 있다. “진짜, 진짜, 진짜인 자기 생각을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찾으려” 할수록 소통은 어그러졌다. 바보 취급당했다. 서른, 주색잡기로 신세를 망쳤다. 소외의 궁지에 몰린 주인공 구마타로는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죽기로 결심한다. 그 전에, “열 명을 죽이면 막다른 곳에 이르러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가 “우습다”. 막장은 부딪힌 순간 찢어져 “그 앞에 변함없는 세계가 나타났”다. 다시 혼자다. 혼자 죽지 못한 이유는 “구원받고 싶었기 때문이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의 생각을 알아주”는 구원.
살인이라는 극단적 온도에서 끓는 심연의 연기가 자욱해지자 굴 속에서 누군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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