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먼에이지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명남 옮김/문학동네·1만8800원
생명이 탄생한 이래 인류만큼 지구를 괴롭힌 ‘골칫덩어리’는 없었다. 공룡이 쿵쾅거리고 싸질러대 지구가 멀미를 앓았다 하더라도 인간이 주무르고 휘저은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 도시화, 생태계 파괴, 에너지 고갈 등이 인류가 지구에 가한 상해 목록이다. 번식력은 또 어찌나 왕성하던지 영장류라기보다는 세균에 가깝다.
미래학자들이 온통 비관론자투성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휴먼에이지>의 저자는 짐짓 딴청을 피운다. 우리가 지구에 숱한 죄를 지었지만 그 역사를 통해 지구를 속속들이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사춘기 때 말썽만 피우던 아이가 아픈 경험을 한 뒤 더 속 깊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를 입증하려고 저자는 독자를 이곳저곳 끌고 다닌다. 지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멋진 미래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과 현장들이다.
유럽에서는 그린벨트 통로가 곧 완성돼 야생동물이 노르웨이 끄트머리에서 독일,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그리스를 거쳐 터키 저 아래까지 이어진 고대의 길을 따라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고 한다. 24개 나라를 잇고 국립공원 마흔 곳을 통과하는 통로의 총길이는 1만2500㎞다. 이를 위해 인간은 물길을 내고 터널을 만든다. 동물을 친족 대하듯 섬세하게 다룬다.
노르웨이의 외딴섬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다. 2100년에는 세상의 모든 동식물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더 늦기 전에 디엔에이(DNA)를 최대한 많이 긁어모아 보호하려는 노력이다. 수백만 알의 종자는 영하 18도의 천연 냉방장치 속에 잠들어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씨앗들을 인간은 10년마다 한 번씩 깨워서 꽃을 피우게끔 한다. 거칠고 난폭한 인간이지만 때로는 백마 탄 왕자처럼 부드럽게 입 맞출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잘 찍은 다큐멘터리 여러 편을 연속으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과학의 언어를 문학의 언어로 번역할 줄 아는 저자의 솜씨 덕이다. 그러나 우리말로 매끄럽게 뽑아낸 김명남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단독] ‘쿠팡 구하기’ 주도한 미 의원, 장동혁 만났다…“우려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428/53_17773291398282_20260428500049.webp)


![[사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한 ‘아리셀 참사’ 감형 판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423/53_17769354260487_20260423503418.webp)






![[단독] 한은, 4년째 기후변화 대응 미적…과제 10개 중 2개 이행](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420/53_17766388713586_20260419502206.webp)




![<font color="#FF4000">[단독]</font> ‘쿠팡 구하기’ 미 의원, 장동혁 만났다…“우려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428/53_17773291398282_20260428500049.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