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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 역사강의-근대와 국가를 다시 묻는다
백승종 지음/한티재·1만 4000원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미시사 쓰기에 주력해온,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푸른역사) <한국의 예언문화사>(푸른역사) 등의 저자 백승종이 쓴 생태주의 관점의 역사 강의. 갑오 동학농민혁명과 소농,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 비극과 그리스 국가부도 사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의 구체적 사건들 분석이 색다르고 날카롭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왜 생태주의 역사가가 되었는지 설명한 부분이나 생태주의적 사고 전환의 배경 설명도 매우 흥미롭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나 그것이 노리는 성장과 개발 중심의 산업화와 중앙집권적·전체주의적 근대국가 이념·애국주의 등을 줄곧 비판해 온 백승종의 생태주의로의 전환 밑바탕에는 근대 역사학의 한 축을 이뤘던 독일 실증주의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를 존재했던 실제 모습 그대로’ 객관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고 본 랑케의 실증주의 역사학은 애초 달성 불가능한 목표였을 뿐만 아니라 결국 근대민족국가의 우파 부르주아 계급, 즉 주류 지배 기득권층 옹호로 귀결됐다. 히틀러의 독일제국이나 스탈린 체제에도 영향을 끼친 독일 실증주의 역사학 일부가 도쿄제국대학을 중심으로 한 일제 지배체제로 흘러들어가 동아시아를 무자비하게 유린한 식민사관을 만들어냈고, 21세기 한국 뉴라이트의 식민지근대화론에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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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신화’를 뒤집고 동학농민혁명의 동력을, 전통 농업의 자립적 소농체제를 해체한 일본 면직물 등의 무분별한 수입개방정책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서 찾은 것은 실로 참신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