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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

랄프 스쿠반 지음, 정범구 옮김
삼인·1만2000원

독일의 한 요양원장이 쓴 25년 체험담. 죽음이 멀잖은 노인, 특히 치매환자에 얽힌 사연을 담았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였어요. 남편이 저를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그러더니 다정히 웃으면서 말하는 거예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부인. 그런데 누구신지요?”

표제로 삼은 에피소드에 나오는 알츠하이머 남편을 둔 회플러 부인의 말이다. 그동안 알고 사랑해온 남자의 몸통에서 낯선 사람이 튀어나왔을 때의 당혹감이라니. 남편은 벌거벗은 채 치마만 둘렀다 하면 쫓아다닌다. 이 사례는 그나마 나은 편. 어떤 이는 손주가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데려온 날 둘이 누운 침대 앞에서 오줌을 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10년 전에 죽은 아들을 매일 다시 죽이며 눈물범벅이 된다. 고양이가 장딴지를 물어도 통증을 못 느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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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가족의 고통은 어쩔 건가. 부부가 틀어지고 가족이 해체되고 경력이 단절되며 간병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과 땅을 팔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죄짓는 느낌이다. 요양원 자리를 알아보러온 가족은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한다. 지은이는 ‘가택 내 간병 우선 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라고 본다. 가족이 원하는 만큼 집에서 돌보는 것을 지원하는 건 옳지만 가족이 할 수 있는 만큼이어야 한다고 본다. 나머지는 국가 책임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요양원을 반토막 지원비를 떼먹는 파렴치한으로 몰아 불시에 닥쳐 난리를 친다. 주로 지출명세서가 빠짐없고 정확한가를 훑는다. 그러는 통에 요양원 직원들은 “볼펜으로 목욕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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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웃기는 짬뽕이다.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에 선 인간,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태의 인간은 안중에 없다. 그래서 요모양 요꼴이다. 지은이가 새롭게 내린 인간의 정의. “인간이란 육체를 가졌고,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있으며, 유한한 존재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