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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괴이한 사건이 일어나니, 달포 전 일이라면 아주 흘러간 옛날이다. 대학에 몸을 담고 있으니, 달포 전의 것이라도 이것만은 꼭 이야기해야겠다. 서울 아무 대학교의 아무개 이사장이 학사 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해 내뱉었다는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목을 쳐줄 것’이라는 막말 이야기다. 그 분은 ‘Bidet위(비데위)’니 ‘조두(鳥頭, 새대가리)’라는 말도 내뱉었다고 한다.

그 대학은 기업에 맞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학사구조를 개편한다고 했다. ‘기업에 맞는 인재’란 일단 ‘취업 잘 되는 인재’를 길러 기업에 취업을 많이 시키자는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그런데 무척 궁금하다. 지금 기업에 맞는 인재가 없어서 젊은이들이 취업이 안 된단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막말을 내뱉은 그 이사장은 세상이 다 아는 재벌이다. 얼마 전까지 무슨 그룹과 무슨 기업의 회장까지 지낸 분이시다. 재벌이자 기업의 회장으로서 그의 최고의 관심사는 아마도 기업의 이윤일 것이다.

기업은 고용을 늘려 이윤이 더 날 것 같으면 고용을 늘리고, 이윤이 나지 않을 것 같으면 사람을 사정없이 자른다.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지금 비정규직의 수는 노동계 추산 1천 만 명 내외다. 양질의 일자리는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한 것이 되어 버렸다.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생각도, 고용을 확대할 생각도 없다. 그렇게 비정규직을 늘려도, 양질의 일자리를 줄여도 기업은 돌아가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10대 재벌기업의 사내 보유금이 500조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쉽게 말해 돈이 남아돌아가도 고용을 늘리지 않는 것이다. 결국 고용을 늘리고 줄이는 것은, 기업(자본가)의 이윤과 관계가 있는 것이지 대학에서 기르겠다는 ‘기업에 맞는 인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도 외국어 잘 하고, 컴퓨터 잘 다루고, 전공 실력 출중한, 기업에 ‘이 한 몸’ 다 바치려는 젊은 인재는 널리고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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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해서 개혁을 해 왔다. 입학제도가 수도 없이 바뀐 것은 물론이고, 학부제, 복수전공제, 전과제, 모집단위광역화, 교수업적평가제, 정원축소, 강의평가제, 연구비관리제 등등 개혁의 종류는 일일이 매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개혁의 결과는 어떤가. 그 정도로 개혁했으면 취업률이 쑥쑥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결과가 반대라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지금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개혁은 젊은이들의 취업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취업 안 되는 학과와 학문을 축출하는 구조개혁과 졸업생의 취업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마치 대학의 소수 학과가 개혁에 저항하는 것처럼 소리 내어 동네방네 떠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고용을 줄이려는 기업과 그것을 방조하고 있는 (아니면 무능한) 국가의 속내를 가리려는 것이다. 이제 사기 좀 그만 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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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사장님은 문제의 교양 없는 말씀이 공개되자 이사장직을 사임하셨다고 한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아직 약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맹자>를 차분히 읽으시면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근거인 사단(四端)에 대해 생각해 보시고, 기업의 이익만이 세상의 유일한 가치가 아니라는 이치를 터득하시기를 바란다. 나는 맹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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