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을 뜻하는 ‘사회’(社會)라는 말은 중국 고전 <근사록>에 나오는 말이지만, 그 뜻이 오늘날과는 전혀 달랐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의 ‘사회’는 근대 일본에서 영어 소사이어티(society)의 번역어로 만든 것이다. 19세기 말 한국, 중국으로 전파됐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예는 1895년 6월5일치 <관보>(제78호 ‘외보’)에서 확인된다. “일백만법을 증가하며 외국사회에 계한 계약서인지세를 증과하야…”(원문의 단어들은 한자)
이한섭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가 수십년 각고 끝에 최근 출간한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고려대학교출판부 펴냄)에는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3634개가 그 내력과 함께 수록돼 있다. 수록방식은 먼저 표제어, 표제어에 대한 간단한 사전적 의미, 4개 안팎의 용례, 어원, 각국 관련` 연구정보 등 참고 순으로 돼 있다. 이 사전 최대의 특장점이자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게 용례인데, 일본어가 우리말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는 1880년대 이후 관보, 신문, 잡지, 책 등 각종 문헌들의 관련 부분 원문들을 그대로 발췌해서 실었다.
대통령, 헌법, 검사, 판사, 경찰관, 과학, 철학, 물리, 도서관, 박물관, 오방떡, 융자, 팔방미인, 광고, 승강기, 연애, 모험, 전망….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근대 문물이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식민지배까지 당했으니 피할 수 없었다. 광복 뒤 우리말 찾기 운동 등을 통해 노가다(막일, 막일꾼), 쓰메키리(손톱깎이)처럼 형태부터 일본어임이 분명한 어휘들은 대부분 퇴출됐지만 일본어에서 들어온 어휘의 80% 이상인 한자어들(그 중의 99.23%는 우리말 발음으로 받아들인 것)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많은 어휘들이 일본어에서 온 것이라는 게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겠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어떤 단어가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은 그런 면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 사실을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지금은 거의가 우리말 어휘 속에 녹아들어 나름대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이제는 이들 어휘를 영어나 중국어에서 온 말과 같이 외래어의 일부로 보아도 될 시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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