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의 폐회로텔레비전, 불 꺼진 자동차 안의 블랙박스, 출퇴근길 사용하는 교통카드…. 현대인들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감시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만 드러날 뿐 평소엔 체감하기 어렵다. 지난 1월 카드사들이 개인정보 1억여건을 유출한 뒤 6개월이 흘렀다. 사건 이후 160만개의 카드가 해지됐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내 개인정보가 저장·가공·유통까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사실상 ‘감시’를 벗어나 생활하는 건 불가능하다.
감시 연구의 권위자인 지은이는 20년 전 <전자눈>(The Electronic Eye, 1994)에서 감시사회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역사적 과정을 보여줬다. <감시사회로의 유혹>은 감시사회의 도래 이후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감시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다룬다.
현대사회에서 감시는 억압과 통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우리 모두는 자신에 대한 감시에 가담하고 있다”는 말로 감시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정치경제적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노동이 개별화하면서 카메라와 전자우편을 통한 작업장 감시가 시작됐고 소비자에 대한 맞춤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개인의 취향이 수집된다. 급기야 감시는 사람들을 분류하고 등급을 나누는 기제로까지 확장했다. 보험회사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각기 다른 보험료를 책정해 위험 관리를 하면서 큰 성공을 거둬왔다.
지은이는 감시의 부작용을 개인적 문제의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적인 이슈로 만들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막스 베버에서 마크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감시사회에 대한 학자들의 담론을 훑고 유효한 부분을 짚어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감시에 얽힌 사회·정치적 기제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감시가 ‘육체성의 소멸’에서 왔다고 보는 지은이는 ‘살아 있는 개인’의 가치를 긍정함으로써 감시의 문제들을 깨닫자고 말한다. 인간 사이 접촉에 스마트폰, 인터넷 같은 회로가 개입하면서 신뢰의 징표로 승인과 감시는 더 일상화했다. 지은이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감시의 방향을 함께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화된 분류보단 정의를, 기술적인 필요보단 공동의 참여를 우선시하는 게 지은이가 추구하는 감시의 미래다.
영국에서 2001년 출간된 이 책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예시와 담론들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감시에 연루돼 있으며 참가자가 되든 목격자가 되든 선택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말을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최유빈 기자 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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