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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사정, 조선남종화의 탄생
이예성 지음
돌베개·2만5000원
현재 심사정(1707~1769) 그림에는 제목과 발문이 거의 없다. 겸재 정선만큼이나 짝퉁이 많다. 왜 그럴까? 지은이는 두가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책 한권으로 썼다.
그의 집안은 조선시대 양반의 대세인 노론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과거시험 부정을 저지르고 연잉군(뒷날 영조) 시해 미수사건에 간여하는 바람에 몰락했다. 벼슬을 할 수 없었던 역적집안 아들이 선택한 생계수단이 그림이다. 중국에서 온 그림교본을 보고 익힌 독학이었다. 산수, 화조, 인물 두루 잘 그리게 된 그는 마흔둘에 어진을 모사하는 비정규직 벼슬에 천거됐으나 누군가 역적집안이라고 고자질해 5일 만에 잘렸다. 그 뒤로 63살에 죽기까지 주야장천 그림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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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외톨이에게 그림은 내면의 토로이자 세상을 향한 발언이었다. 문인 사대부들이 즐기는 남종화법에 직업 화가들이 쓰는 북종화의 절파화풍을 조합해 ‘심사정 스타일’을 만든 것은 그런 연유다. 죽기 한해 전 자신의 최고작이자 시대의 걸작인 8m18㎝짜리 <촉잔도>를 남긴 것은 한편의 드라마 같다. 진경산수가 잠깐 존재했다가 사라진 반면 심사정 스타일은 대세가 되었다. 지은이는 문자기록을 남기지 않아 증발해 버린 듯한 인간 심사정을 그림기록으로써 복원해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