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10년 독일에서 출간된 한병철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 교수의 짤막한 철학 에세이 <피로사회>는 철학서로서는 드물게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서양철학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동양적 메시지를 담아내 문화비판의 새 차원을 열었다는 이 철학 에세이는 3월 번역 출간돼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의 신경증적 정신질환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성과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극단적 ‘자기착취’ 결과로 설명하는 한 교수의 사유는 서양철학적 함의가 풍부해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반응이 컸던 건 신자유주의적 피폐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피로사회’란 제목 자체에 대한 공감 덕도 있을 것이다. 한승동 기자

자유주의·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민주공화정과 통제된 자본주의(시장)경제 토대 위의 복지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한 2005년의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후속판. 김대중·노무현 정부 정책을 신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재벌 해체’ 논리를 비판하면서, 박정희 재평가를 주장함으로써 논란을 불렀던 전작처럼, ‘원조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 이후를 겨냥한 이 책을 놓고도 ‘좌파 신자유주의자’들과 논전을 벌였다. 지은이들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자신들의 ‘복지 자본주의’를 구별하고, “보편적 복지 확대가 바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회학자 조은 동국대 교수가 서울 사당동에 살던 정금선 할머니와 4대에 걸친 그의 가족들을 25년 동안 만나며 벌였던 추적 연구와 사회학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담은 역저다. 지은이는 1980년대 도시개발에 밀려 철거민이 된 정금선 할머니네 가족을 도시빈민의 ‘유형적 사례’로 보고 추적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연구는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충실히 관찰·보고하는 한편, 점차 관찰자인 자신까지도 대상으로 삼게 된다. 지은이는 현실을 기존의 사회학적 방법들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풍경’으로 보여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막스 베버, 게오르크 지멜 등의 원전에 근거해 서구 사상을 꼼꼼하게 연구해온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의 막스 베버 입문서. 베버라는 거대한 ‘지적 채석장’의 모습을 그려낸 개론서이자, 베버가 제시한 ‘통합과학적 인식의 패러다임’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담은 연구서다. 서구 근대의 합리성을 끝까지 탐구해 들어갔던 베버의 연구 자체가 근대 속에 사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연구 대상이라고 지적하고, 베버 사상의 핵심을 ‘통합과학’에서 찾는다. 지식의 본원적 축적 없이 영미권 번역에만 의존해 피상적 논의만 반복하고 있는 국내 학술계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함께 담았다.
최원형 기자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혜민 스님의 인생 잠언 에세이. 1월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130만부 이상 팔려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스님들의 힐링(치유) 서적 바람을 이끌었다. 책은 인간관계와 마음공부 등에 대해 지은이가 트위터에 올렸던 100자 남짓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먹은 대로는 굴러가지 않는 우리 삶을 움직이는 지혜와 함께 우리의 가장 큰 스승은 관계 속에서 얻는 배움이라는 깨달음을 전한다. 또 나 자신의 온전함과 존귀함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지은이가 트위터로 독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책의 울림을 키웠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대 책 마케팅의 변화된 모습도 보여주었다. 노형석 기자

<의자놀이>는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22명의 죽음을 초래한 쌍용자동차 사태를 작가 공지영이 취재해서 쓴 르포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 2646명의 정리해고와 77일 동안의 옥쇄파업, 경찰의 강제진압에 뒤이은 죽음의 행렬을 특유의 힘 있고 감성적인 문체로 고발했다. 특히 작가는 자신의 인세를 모두 쌍용차 해고노동자 후원 기금으로 내놓는 ‘재능기부’를 택했고, 출판사 역시 수익금 전액을 내놓기로 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작가가 르포작가 이선옥의 글을 차용한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의 신문칼럼을 인용하면서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감정 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올해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며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담집. 그는 7월 출간한 이 책에서 대선 출마 뜻을 처음 내비쳤다. 그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국민들의 불안으로 진단하고, 해법으로 복지·정의·평화라는 세 가지 열쇳말을 내놓았다.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과 재벌·교육·언론 개혁 등 사회 쟁점들에 대한 견해를 밝혀놓은 이 책은 그의 대선 출사표로 받아들여져, 출간 다섯달 만에 70만부를 돌파하는 열풍을 일으켰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2012년 대선의 아이콘으로 한 권의 책이 세상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평했다.
노형석 기자

재일 한국인으로 자신의 정체성 문제를 파헤치는 저작들을 써온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의 근작 에세이. 삶의 공간에서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디아스포라(고향을 떠나 흩어져 사는 사람)의 눈으로 본 한국과 일본 사회의 지금 풍경들과 그가 바라본 세상과 인생, 예술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는 특히 2011년 대지진과 원전 사고 뒤 일본 사회가 급격히 우경화되는 현상을 주목하면서 정부와 원전 기업 같은 실질적인 가해자들이 국가주의의 논리로 피해자들을 억압하는 현실을 짚어냈다. 윤이상 음악의 고전적 가치, 죽음에 대한 통찰 등 음악과 미술, 문학,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글들도 울림이 깊다.
노형석 기자

뛰어난 글솜씨를 지닌 법학자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인터넷 블로그에서 ‘색/계’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연재했던 에세이. 지은이는 욕망에 충실한 ‘색’의 세계와 규범에 충실한 ‘계’의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묻는다. “욕망과 규범은 사실상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데, 규범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모든 이들에게 자기 욕망을 억누르는 대신 희생양을 만들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욕망을 무조건 억압하지 말고 오히려 규범을 의심해보라고 충고한다. 또 자기 내면의 욕망을 먼저 털어놓으며, “고백을 통해 욕망과 규범의 공존 또는 화해를 모색해보자”고 제안한다.
최원형 기자
급진적 철학자 지제크를 인터뷰하다
부산의 인문책방 ‘인디고서원’ 출신 청년들이 ‘공동선을 찾는다’는 취지로 2011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슬로베니아에 있는 슬라보이 지제크의 연구실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우리 시대에 가장 급진적인 철학자로 꼽히는 지제크로부터 그의 철학의 전모를 짚어볼 수 있는 생생한 육성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지제크의 첫 번째 인터뷰 책이며, 영국 버소 출판사에서도 영문판을 낼 예정이다. 지제크는 “공동선이란 자유를 향한 공동투쟁”이라며, 위기에 진정한 해답이 없는 지금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면 권력을 쥔 자들의 허약한 지점을 뚫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뉴스 다이브] ‘딥페이크’·‘댓글 조작’ 의혹 국힘 후보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529/53_17800353784546_20260529501920.webp)



![개헌 불발…‘알고리즘’ 자체를 재설계해야 [왜냐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518/53_17790995392654_20260518503276.webp)
![[사설] 국힘 ‘5·18 정신 계승’ 진심이면, ‘개헌’으로 입증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518/53_17790958864109_20260518503186.webp)


![자가용 대신 버스로…아이와 함께한 기후행동 [왜냐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527/53_17798706890111_20260527503072.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