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김육훈 지음/휴머니스트·1만5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보고 듣고 외웠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중요하다고 해서 외웠지만, 실상 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왜 대한민국인지, 민주는 무엇이고 공화국은 또 무엇인지, 그 둘을 합한 민주공화국은 어떤 의미인지 일목요연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은 이런 질문에 조목조목 대답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기원을 추적하는 책이다.
대답의 시작은 흔히 알고 있는 1948년 정부 수립이 아니라 19세기 조선의 고종과 미국 사절단인 ‘보빙사’ 부책임자로 다녀온 홍영식의 대화다. 홍영식의 <복명문답기>는 고종과의 대화를 자세하게 소개하는데, 고종은 대통령의 임기와 행정부 구성, 잦은 정권 교체의 폐단 등을 묻는다. 고종은 홍영식과의 대화에서 “민주제를 하는 나라는 우리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과 보통 사람 사이의 차별이 두드러지지 않겠구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짧은 대화 한 토막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기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이미 19세기 말부터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최초의 민주주의자로 동학혁명의 지도자 전봉준을 꼽는다는 점이다.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박영효·홍영식 등 개화당 인물들이 첫 번째 민주주의자가 아닐까 싶지만, 지은이는 개화당 인사들을 “군주제나 신분제에 맞서, 모든 사람의 자유와 법 앞에 평등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한 사상이자 운동”에 매진한 자유주의자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전봉준을 최초의 민주주의자로 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1894년 전주성에 입성한 전봉준과 동학군은 백성들에게 못된 일을 일삼던 고을 관리와 양반 부호를 혼내 주고,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잘못된 조세 행정을 고쳤다. 관청의 곡식이나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분풀이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농민들이 “회의를 열어 공동의 실천 과제를 선정하고, 대표를 뽑아 질서 있게 행동”했다. “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민이 나랏일의 결정권을 갖는다”는 민주주의의 간결한 정의에 이보다 잘 들어맞는 일은 없다는 게 지은이의 판단이다.
한편 지은이는 1919년 3·1운동으로 “마침내 대한민국이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왕이 빼앗긴 나라를 우리 힘으로 되찾자”며 만세 시위를 벌인 3·1운동은 “다만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의 주인이 실제로 바뀌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3·1운동을 전후로 각지에서 무장투쟁을 촉구하는 선언이 터져 나왔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본 틀이 마련되었다. 임시정부의 기초를 닦은 조소앙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는 임시헌장 1조를 만들며 “인민이나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새로운 나라”를 시작하도록 이끌었다.
민주공화국에 대한 꿈은 식민지 너머를 꿈꾸게 했고, 그렇게 쟁취한 광복은 선거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을 향한 대한민국의 노정이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분단과 이념 대립으로 민주공화국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때도 수없이 많았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은 19세기 말부터 정부 수립까지의 역사를 살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뿌리와 기원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9세기부터 무르익은 민주공화국을 향한 열망이 결국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이어졌고, 그 열망이 오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는 오늘 우리 시대에, 민주주의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장동석/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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