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이 돌아온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공중(公衆)은 자주 의미가 바뀌었다. 서양 정치의 기원인 그리스 시대에 공중은 집안 살림이라는 사적 경계를 벗어나 공적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바로 투표권을 가진 남성들 말이다. 하지만 아우구스투스가 공화국의 이상을 내버리고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되면서부터 공중의 외연은 크게 축소되었다. 이제 공중은 한낱 군주의 임명을 받은 신하로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일 뿐이다.
공중의 확장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찰스 1세를 처형시킨 공화주의자들은 시민들이야말로 세속적 권력의 원천이라면서, 스스로 국가 운영을 떠맡고자 했다. 하지만 200년이나 되는 지루한 영국의 선거 개혁 운동이 보여주듯이, 의회주권을 독차지한 귀족과 지주 계급은 피선거권자와 투표권자의 자격을 엄밀히 제한했다. 여성을 포함한 전 국민의 평등선거가 이루어진 1928년이 되기까지, 영국에서의 공중의 확장이란 일부 남성들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그리스의 공중을 복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의 민주주의 국가는 대부분 전 국민의 평등선거를 법제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권을 가진 투표권자는 자동적으로 공중인 것일까? <대중이 돌아온다!>(마티, 2012)를 쓴 댄 하인드는 미국의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를 따라 공중(the public)과 대중(the mass)을 구분한다. 대중은 자신의 의견을 구현하는 데 무관심하며, 수동적으로 국가 권력이나 언론의 홍보를 받아 삼킨다. 반면 공중은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적극적으로 공론에 참여한다. 선거철마다 입후보자의 개인사나 매력에 끌려 한 표를 행사하는 것만으로는 공중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입이 없는 대중에게 멍석을 깔아 주는 것으로 입을 단 공중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제도는 언론이다. 그런데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고, 미확인 비행물체나 외계인의 사체를 쫓는 현재의 언론은 공중이 아니라 도리어 대중을 양산한다. 삼성에 단단히 재갈이 물린 우리나라 언론계의 예에서 보듯이, 언론사가 권력 엘리트와 기업 권력에 매수되었거나, 거기에 부합해야만 언론인으로 출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 권력과 기업의 권위를 위협하는 정보나 여론을 생략(묵살)하거나, 그것으로 충분치 않을 때는 입에 맞는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 언론이 점점 황색으로 변하는 것은 지적 능력이 낮고 진지한 것을 싫어하는 대중의 요구를 언론이 반영하는 때문이 아니라, “‘진지한’ 보도가 계속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위기에 빠진 언론이 택한 자구책이다.

영국과 미국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 책을 보면, 언론 개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공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의 견해가 자신에게 다시 정확하게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은이는, 국민 대다수의 견해나 모종의 진실이 언론에서 왜곡될 때 민주(공화)주의의 지반이 붕괴되고 공동체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나아가 공론 형성이 가로막힌 개인은 연대나 정치행동이 자신의 복리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되어 자기계발에 매진하거나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지은이는 일반 대중이 공중으로 행동하는 데 필요한 대안 언론으로 시민이 기자나 자유기고가에게 직접 취재를 주문하는 ‘공공주문취재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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