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편지 낱말사전> 독특한 낱말들내행(內行): 부녀자의 행차득첩(得捷): 과거에 급제함슬하지통(膝下之慟): 자식을 잃은 슬픔앙부(仰副): 상대방의 뜻에 부응함체도(體度): 상대방의 안부 또는 건강

“옛 편지는 보물창고입니다. 서너 통만 읽어보면, 조선시대가 관료제 사회라느니, 실학의 발흥이 자본주의의 맹아니 하면서 뭉뚱그렸던 시대상 아래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 선비 사회의 교유관계를 알 수 있지요. 당대와 그 사회의 무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15년 가까이 옛 편지를 연구해온 하영휘(57·사진) 가회고문서연구소장이 동료 학자 6명과 함께 <옛편지 낱말사전>(돌베개)을 펴냈다. 고려말 정몽주의 편지부터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옥중서한까지 아우르는 55개 간찰자료집에서 표제어 8700여개를 뽑아 설명과 원문을 싣고 출전을 밝혔다.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옛 편지를 읽는 데 좋은 길라잡이다.

“문집이 학문, 사상 등 우아하고 고급스런 단어가 많다면, 편지글은 편지투 특유의 단어 외에 생활에 관련된 낱말이 많습니다. 관혼상제, 의식주, 질병, 약재, 날씨, 농사, 과거, 범죄, 조세 등 주제가 아주 다양하죠.”

광고

7명의 필자들은 2004년 하 소장이 근무하던 ‘아단문고’에서 만나 초서 공부를 하다가 사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간찰 자료 가운데 탈초(초서 글씨를 정자체로 바꾸는 것)가 되지 않은 것을 각각 맡아서 표제어를 뽑고 인터넷에 올린 뒤 격주로 모여 토론을 거쳐 설명문을 완성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2~3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난삽한 초서를 풀고 처음 보는 단어의 뜻을 규명하는 데 예상 밖으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나온 기존 풀이사전을 참조하고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나온 국역서의 용례를 살폈다. 그러고도 안 되는 것들은 묵혀두었다가 또다른 예가 나오면 문맥을 따져 의미를 추출하기도 했다.

“보상을 바란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닙니다. 재밌어서 자발적으로 한 일이죠. 사실 우리들도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광고
광고

뜻이 짐작은 되나 확정하기 어려운 질병·의약 관련 단어, 어디서 끊어 읽느냐 논란이 되는 단어는 표제어에서 제외했다. 넣었다 뺐다를 거듭한 것도 있다. 예컨대, ‘제초’(齊楚)는 문맥을 살펴 ‘체면 또는 체모’로 풀이해 두었지만 자신이 없어 삭제했는데, <사기> ‘사마상여 열전’에서 용례를 확인해 다시 넣었다. 한글 편지의 단어는 한국학중앙연구원팀에서 따로 작업을 하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 소장은 한국에서, 특히 조선시대에 편지글이 많다고 했다. 중국은 땅 넓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적고, 일본은 지역·계급별로 폐쇄성이 강한 사회라 편지 왕래가 적었다는 것.

광고

“조선시대는 혈연, 학연, 벼슬, 과거, 당파 등 네트워크가 발달한 사회입니다. 양반들에게 편지쓰기는 일상이었지요. 각종 인연에 따라 오고가는 편지가 촘촘한 그물로 통합돼 있었습니다.”

그는 편지를 제대로 이해하면 조선시대에 대한 해석이 풍요로워질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다수의 영인본과 번역본 몇권만 나와 있을 뿐 지역 문중, 대학도서관, 연구기관에 사장돼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하 소장은 일기에도 관심이 많다며 현재 <조성당 일기> 연구서와 <동춘당 일기> 번역·연구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