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역사비평
북스피어·역사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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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와 역사물 전문 출판사가 이례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북스피어와 역사비평사(역비)는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1909~1992·사진)의 저작 30여종을 함께 번역출간하기로 유족회 쪽과 계약했다고 12일 밝혔다.

두 출판사는 내년 1월 <짐승의 길>(북스피어), (역사비평사)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2~3개월마다 회사별로 1권씩 30여권을 순차적으로 펴낼 예정이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북스피어에서 먼저 단편선을 출간했는데, 이후 역사비평사에서 다른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아예 두 출판사가 힘을 합치게 됐다. 세이초는 추리소설로도 유명하지만 역사를 다룬 작품들도 많아 북스피어와 역사비평사가 작품들 중에서 각 출판사의 성격에 맞는 것을 골라 자연스럽게 역할분담이 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책은 따로 펴내도 책 디자인과 마케팅은 공동 진행한다.

 마쓰모토 작품 저작권 공동협의
마쓰모토 작품 저작권 공동협의
북스피어와 역사비평사는 일본 유족회 쪽과의 저작권 공동협의를 통해 선불금, 계약기간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협상을 대행한 신원에이전시 이정민 차장은 “컨소시엄 형태의 저작권료 협상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요즘 뜨는 작가에 비해 선불금은 적게 내지만 전집을 잘 관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줘 계약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중소 출판사들이 협력해 활로를 모색하는 좋은 선례”라고 평가했다.
두 출판사의 제휴는 마쓰모토의 저작이 방대하고 역사와 픽션을 넘나들어 한 곳에서 번역 출판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협업을 제안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위험은 나누고 힘은 합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역사비평사의 조원식 편집장은 “픽션과 논픽션을 나눠 출판하지만 독자들은 마쓰모토 저작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시바 료타로와 함께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리는데, 그의 작품 세계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소학교 졸업 학력으로 아사히신문사 광고도안부 직원으로 일하다 마흔한살에 데뷔했다. 1952년 <어느 고쿠라 일기전>으로 일본 문단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으며 40년 동안 미스터리·탐정소설과 함께 역사소설, 논픽션 등을 넘나들며 750권의 저서를 남겼다. 특히 그가 창시한 ‘사회파’ 추리소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의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소재로 ‘리얼리즘 안에서 미스터리’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작으로 <모래그릇>, <점과 선>, <제로의 초점> 등이 있고, 8편이 일본에서 영화화됐다. 이 중 <모래그릇>은 일본 영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