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월든 벨로 지음·김기근 옮김/더숲·1만4900원
2008년 초에 국제시장 식료품값이 급등하고 품귀현상까지 빚으면서 마침내 우려하던 식량전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퍼졌다. 당시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2008년 3월까지 15개월 공안 식료품 가격이 71%나 뛰어올랐다.
세계의 언론들은 값싼 식량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면서 가격폭등의 원인을 여러가지로 짚었다. 농업분야 개발에 소홀했던 빈국들의 정책,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산층의 육식 선호 등 식습관이 바뀌고 그에 따라 국제 식량공급체제에 변동이 일어난 점, 원자재에 대한 선물투기, 도시화에 따른 경작지 감소, 기후변화,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바이오연료화 등이 그때 거론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상업농 육성에 실패한 것, 유럽연합이 유전자조작식품(GMO) 유통을 금지한 점을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월든 벨로 필리핀 국립대 교수는 이런 요소들이 무관하진 않겠지만(빈국들이 상업농 육성에 실패한 것과 유전자조작식품 유통 금지 같은 건 영 번지수가 틀린 것이라 지적했으나)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순 없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언제 진짜 터질지 모를 ‘식량전쟁’(이게 원래 제목이다)의 근본 원인은 바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다. 장 지글러의 <빼앗긴 대지의 꿈>의 진단과 닮았으나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는 농업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지출 대폭 감축과 무역 자유화를 뼈대로 하는 구조조정이 어떻게 쌀과 옥수수 농사를 망치고 가격을 폭등하게 만들었는지 멕시코, 필리핀, 아프리카, 중국 등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 게 책 내용의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자급적 영세소농과 기업농이 길항해온 자본주의 역사를 훑어본 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망쳐놓은 농업의 대안적 출구로 바로 이 영세소농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한다.
1970년대 말까지 식량 순수출국이었던 멕시코가 2003년에 27억달러의 농산물 무역적자를 보게 되고 식품의 40%를 외국에서 사올 수밖에 없게 된 건 1990년대 중반에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이라는 건 다 아는 얘기다. 벨로는 훗날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때 그 첫번째 실패 사례로 등장할 나라가 멕시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독재자 마르코스가 권좌에서 쫓겨난 뒤 오히려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한 필리핀도 아키노 민주정권 때 필리핀을 빚 잘 갚는 ‘모델 채무자’로 만들려던 서방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강요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오늘이 내일의 한국일 수도 있다.
말라위는, 자신들은 농업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미국이 가난한 나라에 국가 역할 축소를 강요한 부도덕이 빈국의 농업에 어떤 치명타를 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세네갈, 가나, 카메룬이 다르지 않다. 중국 역시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도농 격차가 커지고 긴밀했던 당과 농민 사이에도 틈이 벌어졌다. 그것이 식량 대외의존도를 높이고 국제 식량시장을 흔드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도 낳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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