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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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힐링’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치유’라는 사전적 정의를 충실하게 따르자면 힐링을 배척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어떤 용어는 가끔 너무 값싸고 불순하게 변질한다.

한 시절 너도나도 애용했던 ‘웰빙’처럼, 어떤 말이 본뜻에서 벗어나 자의적 해석과 편리한 편집을 거쳐 유행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특히 상업적으로 사용되면 매우 위험하다. 힐링 명상, 힐링 마사지, 힐링 요가, 힐링 여행. 힐링이 들어가는 언어 조합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음이 조금 복잡하다. 건강한 몸과 정신은 복된 삶의 필수 조건인데, ‘몸과 마음의 치유와 회복’이라는 힐링의 본뜻을 되돌려 제대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무더운 여름, 휴가와 방학이 시작되면 산사는 무척 바쁘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고, 절에서도 다양한 수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속의 벗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내가 있는 실상사도 늘 해오던 경전 공부 외에 ‘힐링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내놓았다. 힐링이라는 말에 예민한 내가 슬쩍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까지 힐링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할까? 그래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4박 5일 마음 쉼터’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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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회복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마음 치유’, ‘회복적 정의’ 이런 말들이 필요하지 않은 삶이 진정 건강한 삶이고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사람들은 이 같은 이상을 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치유와 회복을 애타게 요청한다. 왜 치유이고 회복인가? 불안하고 힘들고 지치고 아프기 때문이다. 왜 아픈가? 몸의 병처럼 마음의 병도 원인이 다양하다. 허나, 심신이 우울하고 슬프고 재미없고 화가 나고 괴로울 때 사람들은 아프다. 잘 들여다보면 그 원인은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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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그 사회적 병리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인간적 삶의 귀중함을 제일의 과제로 두지 않고, 돈을 숭상하면서 성과 제일주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온갖 부당 노동행위,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기업 운영, 무한 경쟁과 적자생존 세계관에 기대는 문화가 우리의 심신을 지치고 병들게 한다. 이런 상황을 사회적 진단과 처방으로 풀 때 사회도 건강해지고 구성원인 개인도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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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권력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참여하고 연대하는 시민의 행동’이 참으로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구조라는, 너무도 교묘하고 촘촘한 그물에 자유로운 영혼들의 바람이 갇혀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1처럼 단칼에 끊어낼 수도 없는 이 그물 사슬을 우리는 지혜롭고 진지하게,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풀고 끊어야 한다. 사회적 치유와 회복의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우리는 의연하게 그 길을 가야 한다.

이제 나의 치유와 회복의 길을 찾아보자. 고통의 원인을 온전히 사회 구조적 문제로만 진단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고통의 원인은 일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 ‘내 탓’인 고통도 있다. 나의 삶이 불안하고 의미 없고 재미없고 고통스럽다면 그 원인은 저마다 다양하다. 그렇게 다양한 ‘내 탓’을 몇 가지로 요약하자면 잘못된 생각, 잘못된 습관, 잘못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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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차담을 나누면서 귀를 기울여보면 그들의 마음이 참으로 복잡하고 시끄럽다는 것을 느낀다. 늘 화가 나 있고 화낼 준비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면 연민이 든다. 섣부르고 어설픈 위로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진단은 적확하게 해야 한다. 개개인들이 잘못 들어선 길을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면 결연하게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삶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지혜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마음가짐이 또 하나 있다. ‘구하지 않는 마음’이다. 강한 자의식이 바탕이 되어 무언가를 열망하고 추구하며, 그로 인한 결과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구하는 마음’이다. 제아무리 옳은 가치를 실천하더라도 생각에 힘이 들어가면 타인의 인정을 구하고, 사회적 명망을 구하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만족감을 구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렇게 구하는 마음으로 행하면 긴장과 강박의 감옥에 갇힌다. 그래서 노자는 생각에 힘을 빼고 자의식적 작위를 멈추는 무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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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습관 역시 자신을 한없이 피로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우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많이 만들고 열심히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여, 무언가에 몰두하고는 있지만 의미를 못 찾고 허전해 한다. 반짝하는 재미도 금세 시들해진다. 일상의 작은 습관들을 잘 살피고 불필요한 것을 단호하게 걷어낼 때 삶의 공간이 넉넉해질 것이다. 그 여유로운 공간을 고요함으로 채우도록 습관을 전환해보자. 심신이 건강해질 것이다. 단순 소박한 삶이 행복한 개인과 건강한 사회의 해답이다.

불순한 감정 또한 내가 나를 괴롭히는 주범이다. 이를 번뇌라고 한다. 그러나 좋은 감정 또한 집착하면서 지나치게 사용하면 후유증이 따른다. 자의식을 동반하여 추구하는 감정은 결국 ‘구하는 마음’이다. 건강한 삶은 고요하고 침착하고 담담하게 감정을 마주하는 절제와 조절의 삶이다. 들뜸도 사라지고 침체도 사라진 그 자리에 무심하고 생생한 감정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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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을 맞는다. 저마다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 것이다. 부디 마음 편히 쉬기를 바란다. 더불어 피로한 마음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성찰하기를 바란다. 치유와 회복이라는 힐링이 한시적 효과를 내는 수액이어서는 안 된다. 바로 보라! 그리고 내려놓으시라!

법인 스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 실상사

이 글은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참여사회> 7-8월호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