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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처분 소년·고립청년 ‘치유공간’ 만든 권용석 변호사 별세

등록 :2022-05-20 16:34수정 :2022-05-23 02:36

사단법인 행복공장 설립뒤 치유공간 프로그램
강원도 홍천에 ‘감옥 수련원’ 짓고 성찰 독려
생전에 부인 노지향씨와 함께한 권용석 행복공장 설립자. 조현 기자
생전에 부인 노지향씨와 함께한 권용석 행복공장 설립자. 조현 기자

사단법인 행복공장 설립자인 권용석 변호사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58.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검사를 지냈다. 이후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2013년 전 재산을 털다시피 해 강원도 홍천에 1.5평 남짓한 독방 28개가 있는 ‘감옥 수련원’을 지었다. 검사 시절 늘 새벽 1~2시에 퇴근하는 등 일주일에 100여시간씩 일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감옥에 보낸 피의자들처럼 감옥에 들어가서라도 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스스로 들어가는 감옥 수련원을 만든 것이다.

치유 연극인인 부인 노지향 ‘연극공간 해’ 대표와 함께 홍천 수련원을 운영하는 행복공장을 설립한 고인은,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비롯해 친구들과 지인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주로 비행을 저질러 6호 처분을 받은 소년·소녀들이나 고립 청년들이 2박3일간 수련원에 머물며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고인은 청년들이 독방에 비치된 행복공장 워크북에 따라 자기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거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거나, 1년밖에 못 산다면 하고 싶은 일(버킷리스트)을 적어보거나, 80살이라고 가정하고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씀으로써 새로운 삶을 설계하도록 이끌었다.

고인은 성찰 문화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고인은 “나라가 보수와 진보로 갈려 막말과 가시 돋힌 말, 분노만을 내뱉고, ‘나는 옳고 너는 다 그르다’는 진영 논리만이 팽배한다. 한번이라도 고요하게 머물러 자기 안의 미움과 분노, 상대방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 봄으로써 서로 잘 듣고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독방 감옥에서의 성찰을 권했다.

고인은 10년 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투병하며 행복공장을 통해 불우 청소년들의 치유와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병이 심해지면서 최근 홍천 수련원에서 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노지향씨, 아들 예철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22일 오전 6시40분이며, 장지는 춘천안식원이다. (02)3010-2000.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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