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은 여러 종목에서 빌런(악당·villain) 같은 언행으로 눈총을 받았다. 5년 만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해 세계 신기록을 내기도 했지만, 한국·일본을 상대로 반스포츠적 행동을 일삼아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는 대회 구호를 퇴색시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과 단일팀(조정·카누·농구)까지 구성하며 힘을 합쳤던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 일부 종목에서는 한국 선수와 접촉을 외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유도 남자 73㎏ 16강전에서 남북전을 치른 강헌철(27·용인시청)은 북한 김철광(27)의 빗당겨치기(상대를 옆으로 비껴 메치는 기술)에 당해 패했지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김철광은 악수를 거부한 채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사격 10m 러닝타깃 혼합 단체전에서는 기념촬영도 무산됐다. 금메달을 목에 건 정유진 등 한국 대표팀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북한 선수들에게 손짓했지만, 북한 선수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선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국제 대회에선 수상자 모두가 단체 사진을 촬영해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이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국호’를 놓고선 한국 취재진에게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북한 선수단은 한국 취재진으로부터 “북한”, “북측”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강하게 항의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리유일 북한 대표팀 감독,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축구·농구 등 남북전이 끝난 뒤 “우리는 북한이나 북측이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라고 정정했다. 국가의 정통성이 담긴 국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반면, 북한 조선중앙티브이(TV)는 ‘남북전’ 여자 축구 8강에서 한국 대표팀을 ‘남조선’이 아닌 ‘괴뢰’라고 적시했다. ‘괴뢰’는 북한이 한국을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하하려는 의도로 가지고 쓰는 단어다.
남자 축구 8강전에서는 ‘깡패 축구’라는 오명을 얻었다. 북한 김유성은 후반 28분 일본 대표팀 스태프에게 다가가 물병을 빼앗고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했다. 경기가 패배로 확정된 뒤에는 단체로 주심에게 달려가 밀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편, 역도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김일경(20)은 여자 역도 59㎏ 경기에서 합계 246㎏(인상 111㎏·용상 135㎏)를 들어 올려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역도에서만 메달 13개(금6·은5·동2)를 수확해 종목 선두를 유지했다. 체조에서는 안창옥(20)이 여자 도마와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2관왕을 달성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191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168명), 2014 인천 대회(150명)에 견줘 늘어난 규모였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