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하던 지난 6일 저녁 7시께 서울 강서구 공항고등학교 체육관에 핸드볼 동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막내가 30대 후반일 정도로 제법 연륜이 느껴졌지만 훈련에 돌입하자 체육관은 금세 열기로 달아올랐다. 올해 대한핸드볼협회장배 전국생활체육대회 일반부에서 3위를 차지한 케이에이치(KH)에너지 핸드볼 동호회의 매주 목요일 저녁 모습이다.
김상우 코치(인천 정석항공과학고 핸드볼 코치)는 “다른 팀들은 20대도 즐비한데 평균연령이 40살이 넘는 팀이 3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핸드볼에 대한 열정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2010년 창단한 케이에이치에너지 핸드볼 동호회는 현재 회원 14명으로 전국대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특성상 주유소 등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회원들은 경기도 오산과 가평의 사업장에서도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공항고등학교 체육관을 찾는다.
이들의 훈련 모습은 조금 독특했다. 달리기에 이어 핸드볼 공으로 축구를 하며 몸을 풀었고, 농구 골대를 이용해 핸드볼 송구 연습을 실시했다. 2시간 남짓 이어진 이날 훈련에서 패스와 슈팅, 그리고 핸드볼 전술 훈련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함께 지도를 담당하는 김상형 코치는 “축구·야구 등은 훈련보다 경기를 위주로 활동하지만 핸드볼은 동호회 수가 적어 아무래도 경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대부분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에 치중하다보니, 무엇보다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평균 8~9명이 참석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두 팀을 만들어 경기를 할 수가 없다. 다만 전국대회를 앞두고는 2개월 전부터 주 2회 훈련에 돌입하고, 김상우 코치가 학생 선수들과의 경기를 주선해 실전감각을 익힌다.
핸드볼은 몸싸움이 허용되는 종목이다. 다만 동호인들 경기는 전·후반 15분씩으로 정식경기(전·후반 30분)에 비해 짧다. 또 심판들이 엘리트 경기보다 더 엄격하게 반칙을 적용해 부상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 주장을 맡은 정희용씨는 “처음에는 부상도 많이 당했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 큰 부상 없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핸드볼 동호회는 대학부·챌린저부·마스터부·챔피언부 등 전국에 51개 팀이 있다. 선수 출신 1명만 출전이 가능한 대학부가 24개 팀으로 가장 많고, 케이에이치에너지 핸드볼동호회처럼 순수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챌린저부는 13개팀이 있다.
핸드볼 동호회 수가 적은 것은 훈련장소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핸드볼팀을 보유한 학교가 많지 않은 데다 체육관을 임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공항고등학교가 내년 7월께 학교를 옮길 예정이어서 앞으로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총무를 맡은 우영호씨는 “체육관의 경우 대부분 배드민턴 등이 예약돼 있어 빌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등이 주 5일 체육관을 빌릴 수 있는 반면, 핸드볼은 주 1회만 사용해 아무래도 교섭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케이에이치에너지의 경우 송진수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을 맡아 지원이 탄탄한 동호회임에도 체육관 사용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들의 핸드볼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주장 정희용씨는 “우리가 올해 3위를 했지만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는 우승했다”고 자랑한 뒤 “핸드볼은 격한 운동인 만큼 만족감이 크고, 골을 넣었을 때의 희열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