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부는 한국 엘리트 선수 양성의 산실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학교 운동부를 거쳤고, 여기서 잘하는 선수들은 태릉에서 소집돼 훈련을 받았다. 이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나가 선전을 하면 국민들은 열광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스포츠는 생활이고 복지”라며 생활체육을 강조하고 있다. 구조도 달라졌다. 지난해 엘리트 선수만을 담당해온 대한체육회는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했다. 체육회가 그리는 미래상은 거창하다. 생활체육에 바탕한 풀뿌리 스포츠 확산을 통해 우수한 선수가 배출되는 상향식 모델로 엘리트 선수를 충원하겠다고 한다. 스포츠클럽 중심의 독일식과 학교 운동부·동아리가 혼합된 일본식은 참고 모델이다.

패러다임 전환기에 낀 현장은 고통스럽다. 한 고등학교 축구팀 감독은 “운동에 지친 선수들이 공부까지 하느라 힘들다.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과거에는 수업을 빠져도, F학점을 맞아도 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유라 승마 특혜입학 사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학생 선수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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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정 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특기자 제도를 통해 학교 운동부에서 선수를 양성하는 시스템은 한계에 다다랐다. 선수양성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 단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 하지만 학교 운동부에서 독점적으로 선수를 충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2, 제3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의 지역스포츠클럽은 엘리트 선수 육성을 학교 밖으로 끌어내는 대안으로 꼽힌다. 우수한 지도자와 시설을 갖춘 곳을 학교 밖에 만들고, 선수들이 자유롭게 전문적인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42곳이 설립됐고, 2022년까지 전국의 229 시·군·구로 확대된다. 재능을 보인 유소년은 상위 단위인 거점스포츠클럽(현재 부산, 광주, 남원)에서 더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는다.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부장은 “독일에서도 9만여개 스포츠클럽이 등장하고 우수 선수가 배출되기까지는 200년이 걸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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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단계여서 아직 문제는 많다. 가령 클럽 소속 선수가 지난해부터 전국체전 무대에 등장했지만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등 학제 중심으로 참가 규정을 둬 제한이 있다. 지역스포츠클럽 선수의 경기력이 종목별 엘리트 선수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현장의 지도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강하다.

학교 운동부의 약화가 경기력 저하로 연결될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전국대회 축소와 권역별 주말리그제 확대로 운동선수의 수업 정상화는 어느 정도 개선이 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태용 20살 이하(U-20)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 학점을 맞추지 못해 대학 유(U)리그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선수가 경기에 뛰지 못하면 실력은 떨어진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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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선수양성을 바라보는 팬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강영 동서대 교수는 “이제는 각종 대표팀 경기를 볼 때 즐기는 식이 돼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해도,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지 못해도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과도기에 낀 엘리트 선수들이 덜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도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국체전의 경우 17개 시·도별로 재정이나 선수단 구성에서 차이가 나 성적이 갈릴 수밖에 없다. 지방체육회는 성적이 떨어지면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여론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우수 선수를 영입하면서 어린 선수 육성이나 스포츠 복지 재원으로 들어갈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 등록 선수가 대표로 선발되지 못할 경우 타 지역 출전을 못 하게 막는 것도 문제다. 일본의 경우 선수 등록지에서 전국체전에 나가지 못할 경우, 자신의 고향에서 다시 한번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부 선수가 클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지도자들도 있다.

국가대표를 중심으로 선수를 육성해온 정부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실업 소속 선수가 국가대표로 발탁돼 1년 가까이 태릉훈련원에서 보내도, 선수의 봉급은 국가가 아닌 실업팀이 낸다. 정창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은 “대표급 선수들을 소집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실업팀으로 내려보내는 시간을 늘린다면 실업팀의 1.5군 선수들의 능력을 동반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김승겸 서울 삼성고 교감은 “학교 운동부와 클럽의 투 트랙으로 가야 운동부 중심의 선수양성 독점 구조가 깨진다. 정부도 비영리 스포츠클럽 법인에 부가세 면세 등 감세를 하거나 시설 우선 사용 등 혜택을 주고, 학교는 운동 좋아하는 아이들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