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서핑으로 커다란 원을 만들어 한반도를 감싸고 싶었어요. 20년간 상상만 했던 꿈을 이제 실현해 보려고 합니다” 총 거리 1891.91㎞. 조준호(42) 요트 대표팀 코치가 7일 시작하는 대장정의 거리다. 인천 왕산해수욕장을 윈드서핑으로 출발해 경북 울진까지 한반도 삼면의 바다를 돈 뒤 자전거를 타고 인천에 돌아올 계획이다. 25일간의 여정을 끝내는 최종 목적지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는 경인 아라뱃길과 한강을 이용한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산다. 타인을 배려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뭉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 코치는 대학 때부터 도전을 꿈꿨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요트를 알리려고 애썼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를 보는 눈도 커졌다. 20대 후반 방황의 시간을 보낸 그는 2002년 재기에 성공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올랐다. 그 뒤 ‘갈등의 사회’를 ‘화합의 사회’로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10여년이 지나 마침내 도전에 나섰다.
도전의 성패는 바람에 달렸다. 그는 초속 9~10m 풍속이면 하루에 200㎞도 갈 수 있다고 했다. 바람이 잠잠하면 돛을 잡고 흔드는 ‘펌핑’으로 항해해야 한다. “일단 바다에 나가면 잠을 잘 때까지 육지로 안 들어올 겁니다. 음식은 에너지바와 에너지음료로 해결하고요.” 짐의 무게를 줄이려 휴대품을 최소화했고, 비상식량으로는 말린 바나나를 챙겼다.
가장 위험한 요소는 큰 배들이다. 항로를 피해 다녀야 하고 해가 지면 항해를 멈춰야 한다. 배가 파손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리 도구를 가져간다. 남해의 수많은 섬들도 장애물이다. 그는 “해안에서 5~10㎞ 떨어져 항해할 계획이지만 섬이 많은 구간에선 더 멀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에서 편도 150㎞에 달하는 제주도로 갈 땐 중간에 다른 섬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이다. 울릉도와 독도를 돌아오는 구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난이 두렵진 않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항해할 겁니다.”
울진~고성~인천의 자전거 구간은 휴전선에서 최대한 가깝게 잡았다. 그는 사회 각계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홍보를 위해 날마다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고 기부금 계좌도 만들 계획이다. 기부금은 한국전쟁 참전 군인 가족과 2차 세계대전 종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유엔(UN)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요트 선수로 활약할 때 친해진 외국인들이 현지 언론에 그의 도전을 소개해 주기로 했다. 그는 “2년 전인 40살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지금도 인스턴트 음식은 안 먹고 무릎이 상할까봐 계단도 내려가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역기 150㎏을 못 드는데 난 155㎏도 거뜬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