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간 겪은 맘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마이크를 놓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지난 20년 간 과학적인 경기분석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축구팬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신문선(48) SBS축구해설위원이 지난 4년 간 가슴 속 깊이 묻어놨던 고민을 어렵게 털어놨다.

신 위원은 9일 "지난 2002년 5월26일에 열렸던 한국과 프랑스의 평가전이 끝난 뒤 중계방송 내용을 놓고 왜곡된 글이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참기 힘든 심한 모욕을 당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마이크를 놓고 싶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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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사건'은 2002년 5월26일 한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치러진 한국-프랑스 평가전 중계방송 해설내용이 악의적으로 조작돼 인터넷에 퍼졌던 일이다.

평가전이 끝나고 1주일 정도 지난 뒤 인터넷에는 신 위원과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의 해설내용을 비교해 그를 헐뜯는 내용의 글이 뜨면서 진위 여부의 확인도 없이 삽시간에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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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대목은 지네딘 지단의 '손가락 돌리기' 동작과 교체된 뒤 앉은 지단이 마셨던 캡슐의 정체를 놓고 그와 차범근씨가 했다는 중계방송 내용이다.

조작된 글에는 지단의 손가락 돌리기에 대해 신 위원이 "아 심판 똑바로 보라고 항의를 하는군요"라고 말했고, 차 감독은 "바꿔달라고 직접 벤치에 사인을 보내는 듯 한데..글쎄요"라고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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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단이 약을 먹는 상황에서 SBS 송재익 캐스터가 "영양제를 먹고 있네요"라고 했고 차 감독은 "진통제까지 먹는 걸 보니 심각한 건지도 모르겠어요"라고 했다는 대목이다.

이후 축구팬들은 물론 언론매체까지도 인터넷에 떠돌던 글을 인용했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실처럼 축구팬들 사이에 회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은 "당시 중계방송 테이프를 입수해서 비교해 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해서 글에 옮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위원이 양 방송사의 프랑스 평가전 중계방송 테이프를 입수해 해설내용을 직접 녹취한 결과 차 감독은 지단이 손가락을 돌리는 장면과 캡슐을 마시던 장면에 대해 직접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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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감독은 지단이 마신 캡슐의 정체를 지적하지 않고 "틀림없이 저기(허벅지)를 누르는 것을 보니 근육부상이에요"라며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피로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반면 신 위원은 지단의 손가락 사인에 대해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에 대해 다소 불만족스럽다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오프사이드가 맞습니다"고 해설했고, 앰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말들은 왜곡된 채 인터넷 상에 퍼져나갔고, 여러 사이트로 '펌질'되면서 '신문선은 만담가', '신문선은 개그맨 공채 몇 기?'라는 인신 모독성 댓글도 함께 따라 붙었다.

속이 상한 신 위원은 당시 검증절차 없이 글을 인용했던 언론사들을 상대로 소송까지 준비했지만 스스로 분을 삼키고 말았다.

신 위원은 "허위 내용이 사실인양 보도되면서 그로 인해 당한 개인적인 피해가 너무 엄청났다"며 "20년 간 쌓아 올렸던 축구인생의 자부심이 일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또 "앉아서 바보가 됐을 뿐 아니라 내 해설을 믿어줬던 팬까지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너무 괴로웠다"며 "이제라도 축구팬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