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온 지 2주 정도 지났을 즈음 출장비를 넣어둔 통장이 텅 비어 있는 걸 알게 됐다. ‘브라질에서는 카드 사용을 조심해라. 카드를 긁는 척하면서 복제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사에 전화를 했다. “어제 현금을 인출하셨나요? 페루에서 인출된 걸로 나오네요.” 페루는 공항 문턱에도 못 가봤다. 어딘가서 카드가 복제돼 현금이 몽땅 인출된 것이다. 며칠 뒤에는 지갑까지 소매치기당했다. 직접 당해보니 브라질은 정말 ‘범죄의 나라’였다.
그러나 다른 기자는 전혀 다른 브라질을 경험했다. 그는 포스두이구아수에서 잠시 묵었던 호텔방에 3000달러의 현금 다발을 두고 갔다. 그는 사흘 뒤 그 돈을 보관하고 있던 호텔 직원한테서 3000달러를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그가 경험한 브라질은 신뢰가 살아 있었다.
자고 나면 인상이 바뀌는 곳이 브라질이다. 한번은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한복판에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와서 스마트폰을 낚아채려고 했다. 며칠 뒤에는 상파울루 지하철역에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와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해주고는 “따봉” 한마디를 하고 돌아갔다. 대담한 날치기 시도와 상상 이상의 친절이 공존하는 곳이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정말 축구의 나라일까? 실제로 많은 브라질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코린치앙스나 파우메이라스 구단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입고 돌아다닌다. 브라질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상점은 모두 문을 내리고 길에는 차와 사람이 사라진다. 학교는 휴교를 하고 관공서도 오전 근무만 한다. 축구를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민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다보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뉴욕 타임스>가 10일 보도한 설문조사를 보면 ‘축구에 관심없다’고 답한 브라질 사람의 비율과 한국 사람의 비율이 12%로 같다. 심지어 브라질 사람들이 두번째로 지기를 바라는 나라가 자국 브라질이다.(6%, 1위는 아르헨티나 34%)
브라질은 알면 알수록 수수께끼 같다. 고작 며칠 동안 머문 것으로 브라질은 이런 나라다, 저런 나라다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브라질에는 세계 각지에 뿌리를 둔 2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활한 땅에서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모습으로 섞여 살고 있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의 개성처럼 제각각인 곳, 그게 브라질이고 브라질의 매력이다.
상파울루/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