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숙성을 거친 ‘준비된 지도자’의 힘이랄까.
김상식 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 감독이 시즌 부동의 선두권 유지로 돌풍을 몰아치면서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16일 현재 9연승, 최고승률(74.4%), 30승 돌파(32승11패) 등 각 부문에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산전수전 겪은 뒤 프로 사령탑으로 본격적인 첫 시즌을 연 그의 행보가 강렬하다.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던 김 감독의 장점은 팀 융화력.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주면서도, 전체가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균형에 신경을 쓴다. 끈끈한 팀 분위기와 ‘개인이 팀보다 나을 수 없다’는 그의 신념은 코트에서의 협력 플레이에서 잘 드러난다. 15일 2위 창원 엘지(LG)와 대결에서도 오세근, 양희종, 오마리 스펠맨 등 높이를 갖춘 선수들뿐 아니라 변준형, 문성곤 등은 사력을 다해 골밑 수비를 하고, 튄공잡기에 가담했다.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수들의 빠른 패스나 공 돌리기는 팀 응집력의 효과다.
신기성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많이 뛰고, 욕심을 내기보다 더 좋은 기회를 만들고, 도와주려는 플레이를 한다. 특히 엘지와 경기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팀이 강하고 빨라 상대 팀들이 힘들어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인삼공사를 우승후보로 꼽은 이는 없었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과 스파크를 일으켰다. 대표팀에 소집됐던 인삼공사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데다, 맞춤한 전술 지시와 게임 뒤 피드백을 통해 조직력이 탄탄한 팀을 만들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팀 분위기가 워낙 좋고,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해 어려움을 돌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안방 팬들의 분위기도 열광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상식 감독은 선수 은퇴 뒤 2005년부터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서울 삼성과 대구 오리온스에서 감독대행을 맡은 적이 있다. 감독이 물러난 상태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고군분투해 팀을 끌어올렸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아픔도 겪었다. 2018~2021년 대표팀을 맡으면서 내공은 더 쌓였고, 이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인삼공사는 17일 전주 케이씨씨(KCC)와 안방 경기에서 구단 첫 10연승에 도전한다. 6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케이씨씨도 물러설 수 없어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김상식 감독은 “전성현 등의 이적으로 처음엔 걱정도 있었지만 선수들과 즐겁게 농구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옛날 식이 아니라 요즘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썼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형성됐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