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담 제공
사진 연담 제공

종이책 독자가 웹소설 등 모바일 연재 글을 찾는 현상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시리얼 박스’(Serial Box)라는 미국 웹소설 플랫폼이 있다. 펭귄랜덤하우스에 다니던 편집자 몰리 바튼이 2015년에 설립했다. 그는 다운로드형 전자책보다 연재(serialization)에 주목했다. 찰스 디킨스 등 18~19세기 소설가들의 작품들이 신문, 잡지에 연재되었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렇듯 성장하는 웹소설계에 거장이 등장했다. 1990년대 <퇴마록> <왜란종결자>를 쓴 전설의 이우혁 작가다. 지난해 3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독점 연재 중인 <온-The Whole>은 요즘 판타지 웹소설과 다르다는 평이 많다. 주인공 이현암은 갑자기 ‘온’이라는 구체와 마주한다. 손을 집어넣으면 과거 지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마법의 구체다. 이현암의 눈앞에 수십년만년 전 고대 인류인 ‘커-랴우크’ 종족과 ‘멘투’ 종족의 만년전쟁이 펼쳐진다. 우월한 신체 능력을 갖춘 커-랴우크와 몸은 약한데 지능과 주술을 사용하는 멘투가 처절하게 서로를 정복하는 스토리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다.

장면 전개와 호흡감은 확실히 <퇴마록>의 그것과 다르다. 이 작가가 연재형 글쓰기라는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세계관 설정은 요즘 웹소설의 작법과 다르다. 현재까지 누적 20725명이 보고 있으니 아직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은 아니지만, 이우혁 작가의 웹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 여전히 주목을 끈다. 댓글들은 호불호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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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캐릭터와 심리묘사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필력은 그대로다. 1990년대의 이우혁 작가는 2020년 웹소설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고나무(팩트스토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