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한국 만화는 그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변화를 겪어야 했다. 90년대가 한국 만화의 전성기였다면 2000년대는 한국 만화의 위기였다. 90년대 한국 만화의 융성을 만들어냈던 젖줄인 만화 잡지들이 줄줄이 폐간되면서 만화판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신 만화가 흐르는 새로운 강이 생겼다. 문하생을 거쳐 잡지에 데뷔하는 전통적인 만화가 입문 코스는 옛이야기가 되었고, 재기 발랄한 신예들은 인터넷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정면 승부를 택했다. 독자들과 즉각 교감하면서 재미 하나로 평가받는 웹만화들은 한국 만화의 폭과 분야를 넓히며 단숨에 2000년대 한국 만화의 주류로 떠올랐다. 만화가게와 대본소는 사라져가지만 기존 작가들도 아이디어와 전문화로 승부하며 출판 만화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한겨레>가 지난 99년 90년대 대표만화를 뽑은 데 이어 새롭고 다양해진 2000년대 한국 만화의 대표작을 골라봤다. 만화 전문가 7인에게 각각 5편씩을 추천받아 21세기 만화팬들을 즐겁게 한 작품 28편을 추렸다. 추천 편수를 줄인 만큼 추천은 더욱 고심해야 했다. 7명의 전문가가 선정한 ‘베스트 5’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열광시켰던 히트작들이 차지했다. 중진 작가 반열에 올라선 윤태호의 <이끼>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높은 인기를 누렸던 박소희의 <궁>이 전문가 3명씩에게 추천받아 1등으로 꼽혔고, 한국 만화의 영원한 간판스타 허영만의 <식객>과 <타짜>, 그리고 현대사 인물을 생생한 만화 주인공으로 살려낸 최호철의 <태일이>가 다섯편의 대표작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의 추천을 받은 만화 28편의 면면은 2000년대 한국 만화의 지형도와 장르별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다. 강풀과 메가쑈킹, 조석 같은 웹만화의 강자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고, 사회적 의미를 담은 만화들의 약진도 도드라졌다.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즐거운 복습, 새로운 만화를 만나보고픈 이들에겐 검증된 정석이 될 2000년대 한국 만화의 보석 스물여덟편을 소개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