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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가을 무르익는 5월, 호주의 평야는 거대한 와인 실험장

등록 :2022-05-13 15:11수정 :2022-05-13 15:31

커버스토리│호주 와이너리 여행
한국 와인 시장 점유 6위 호주…남부에 다렌버그 등 유명 와이너리 많아
쇼 앤 스미스 와이너리에서 만난 질감좋은 과실향 와인들도 매력 만점
작년 100대 와이너리 파울스, 와인 자신감 드러내는 한마디 “아임 게임”
오스트레일리아 야라밸리의 도멘 샹동 와이너리 앞에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허윤희 기자
오스트레일리아 야라밸리의 도멘 샹동 와이너리 앞에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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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가을로 물들었다.

드넓은 평야에 펼쳐진 포도나무의 잎들이 노랗게 익어갔다. 서늘하고 잔잔한 바람이 불었다. 지난 3일 남오스트레일리아주의 대표 와인 산지인 매클래런베일로 와이너리 여행을 떠났다. 포도밭 사이에 루빅 큐브 모양의 구조물이 보였다. 이질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건물은 다렌버그 와이너리 방문객 센터. 다렌버그는 1912년 조지프 오즈번이 만든 이후 4대째 가족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이블에 빨간 대각선 줄무늬가 있어 세계적으로 ‘레드 스트라이프’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 와인 생산 5위국이다. 남오스트레일리아주·빅토리아주 등 와인 산지 65곳과 와이너리 2156개가 있다. 레드와인을 만드는 시라즈가 대표 품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르,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리슬링 등 재배 품종이 1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남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생산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수입액은 2019년 1276만달러(약 162억원)에서 2021년 3180만달러(약 406억원)로, 2년 사이 약 149% 늘었다.

퍼즐 모양의 다렌버그의 와이너리 건물. 입구 쪽에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 있다. 허윤희 기자
퍼즐 모양의 다렌버그의 와이너리 건물. 입구 쪽에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 있다. 허윤희 기자

다렌버그의 수석 와인메이커 체스터 오즈번. 허윤희 기자
다렌버그의 수석 와인메이커 체스터 오즈번. 허윤희 기자

부드럽고, 과일의 풍미 풍성

남오스트레일리아의 와이너리 여행지로 손꼽히는 다렌버그 와이너리에는 아트갤러리, 와인 시음장, 레스토랑 등이 있다. 입장료 15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1만3000원)를 내면 무료 시음을 즐길 수 있다. 다렌버그 온라인 누리집에서 방문 예약 신청을 받는다.

다렌버그의 수석 와인메이커 체스터 오즈번은 “귀티 있고 복잡미묘한 와인을 큐빅 퍼즐 모양으로 형상화해 실외 디자인을 하고 80개 브랜드의 다렌버그 이야기를 담아 내부 아트갤러리를 꾸몄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소장한 고가의 살바도르 달리의 미술품과 조각품도 전시했다고 한다.

다렌버그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미생물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가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담겨 있다”고 했듯이 와인에 친환경 철학을 담고 있는 셈. 그런 노력 덕분에 ‘호주지속가능농업협회’(NASAA)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곳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업계에서 탄소제로를 통한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테마다. 와인의 중요한 재료인 포도를 자라게 하는 땅과 물의 오염을 막고 환경을 지키는 건 그들의 생존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붉은 시라즈 와인만 생각하면 안 된다. 남오스트레일리아에는 화이트와인의 품종인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등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도 있다. 애들레이드힐스. 해발 450~550m 높은 지대이고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이곳에 오스트레일리아 최초의 와인마스터 마이클 힐 스미스와 그의 사촌이자 와인메이커인 마틴 쇼가 1989년에 만든 와이너리 ‘쇼 앤 스미스’가 있다. 쇼 앤 스미스의 와이너리 시음장에서 2021년산 샤르도네를 맛봤다. 복숭아,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과실향이 느껴졌다. 질감이 부드럽고 신선한 미네랄 풍미가 혀 전체에 감돌았다.

쇼 앤 스미스의 데이비드 르미어 와인마스터는 “애들레이드힐스는 언덕이 많고 바닷바람이 불고 토질이 11가지 정도로 다양해 여러 화이트 품종을 키우기에 좋다”며 “같은 지역이라도 다른 토질에서 자라 깊고 다양한 맛을 내는 리슬링 등 화이트와인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7억7000만헥타르의 광활한 대륙인 오스트레일리아는 지역에 따라 토양, 지형, 기후가 다른 나라다. 그 덕에 와인메이커들은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포도를 이용해 개성 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유럽에서 한 지역에 하나의 품종만 재배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오스트레일리아는 와인메이커들에겐 와인 실험의 장인 셈이다.

포도밭 앞에서 포즈를 취한 쇼 앤 스미스의 데이비드 르미어 와인마스터. 허윤희 기자
포도밭 앞에서 포즈를 취한 쇼 앤 스미스의 데이비드 르미어 와인마스터. 허윤희 기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볼 수 있는 흑소. 허윤희 기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볼 수 있는 흑소. 허윤희 기자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동물 코알라. 허윤희 기자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동물 코알라. 허윤희 기자

포도밭 풍경을 감상하는 맛

이튿날 빅토리아주의 대표 와인 산지 야라밸리로 향했다. 멜버른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야라밸리 지역은 우아하고 섬세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르 와인을 생산한다. 이곳에는 와인 산지, 고급 레스토랑, 치즈 공장 등이 있어 멜버른 사람들이 주말 나들이 장소로 많이 찾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야라밸리에는 스파클링 와인의 대표 제조사인 도멘 샹동이 있다. 포도밭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찾아간 도멘 샹동 와이너리는 시음장과 식당 앞에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포도밭이 눈길을 끌었다. 와인을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이 보였다. 와이너리에 있는 테이스팅 바에 갔다. 이곳에서는 소믈리에들의 설명을 들으며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시음장에서 스파클링 와인 4가지를 맛봤다. 그중 피노 누아르와 샤르도네를 섞은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분홍빛이 영롱했다. 눈으로 먼저 마시기에 좋은 술이다. 상큼한 과일향이 풍기고 탄산감이 좋았다. 디저트 혹은 파티용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이었다.

빅토리아주에 가면 제일 처음 생긴 포도원인 예링 스테이션도 와이너리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예링 스테이션은 1838년 윌리엄 라이리가 세운 와이너리다. 레드와인 품종인 시라즈와 화이트와인 품종인 비오니에를 블렌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 와이너리는 숙박과 갤러리, 공연장까지 갖춰 문화 공간이자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좋은 풍광 덕분에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야라밸리 지역은 와이너리뿐만 아니라 민물 연어, 송어, 캐비아, 수제 치즈, 수제 잼 등으로도 매우 유명한 곳이다. 그중 치즈 공장인 야라밸리 데어리는 젠틀 고트, 하우스 카우 등 수제로 만든 다양한 치즈와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농가 건물을 그대로 살린 치즈샵 안에 카페도 있다.

야라밸리 데어리의 다양한 치즈. 허윤희 기자
야라밸리 데어리의 다양한 치즈. 허윤희 기자

와이너리 식당의 캐비아를 올린 굴 요리. 허윤희 기자
와이너리 식당의 캐비아를 올린 굴 요리. 허윤희 기자

예링 스테이션의 와인 창고. 허윤희 기자
예링 스테이션의 와인 창고. 허윤희 기자

파울스 와이너리의 맷 파울스. 허윤희 기자
파울스 와이너리의 맷 파울스. 허윤희 기자

자신 있니? 자신 있다!

빅토리아주의 고지대 와인 산지인 스트라스보기 레인지스. 2021년 100대 와이너리로 뽑힌 파울스 와이너리가 있다. 와인 판매 진열장에는 파울스의 독특한 레이블을 가진 와인들이 있었다. 그중 한국에서 판매되는 토끼, 캥거루 등 동물 레이블이 눈길을 끄는 ‘아 유 게임?’(Are you game?) 와인 시리즈. 아 유 게임은 와인 생산자들에게 최고의 와인을 만들 자신이 있냐고 도발적으로 묻는 말이다. 감각적인 레이블 디자인으로 인정받아 2021년 베스트 패키지 시리즈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파울스의 공동소유자 맷 파울스는 “레이블은 아내가 디자인한 것으로, 사냥하는 여성의 모습, 와인과 페어링할 수 있는 동물을 그린 레이블 등 신세대 감각에 맞춰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파울스 와이너리를 돌아보고 맷 파울스를 따라 와이너리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의 광활한 포도밭에 갔다. 맑은 공기와 바람 속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들. 청정 자연 산물인 포도를 갖고 와인메이커의 열정으로 빚은 와인. 최고의 와인을 만들 자신이 있냐(아 유 게임?)는 물음에 파울스가 답했다. “아임 게임!”(I'm game!)

오스트레일리아/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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