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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멋지다, 탐난다, 힙하다…경계 허무는 한복의 ‘찐’ 매력

등록 :2021-07-01 04:59수정 :2021-07-01 12:21

[커버스토리] 한복&전통 아이템
김영진 디자이너 철릭원피스 필두로
성별·장애·인종 구분 없는 모던 한복 인기
BTS, 시상식서 한복 입고 공연 글로벌 주목
〈미나리〉 제작자 ‘오스카’ 한복도 화제
지난해 9월 김리을 디자이너의 한복을 입고 공연한 방탄소년단(BTS). 하이브 제공
지난해 9월 김리을 디자이너의 한복을 입고 공연한 방탄소년단(BTS). 하이브 제공

명절 아침 장롱에서 꺼낸 보자기 속 한복이 기억나는가. 한복의 디자인보다 우리를 먼저 반겼던 것은 좀이 슬지 말라고 함께 넣었던 나프탈렌 냄새였다.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만 챙겨 입었기에 제대로 입을 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가족들은 한복 바지의 대님 매듭이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안쪽이냐 바깥쪽이냐를 두고 웅성거리다 바지통을 펄럭거리며 할머니 앞에 아이처럼 주저앉아 발목을 내밀었다. 내 색동 한복은 몇 해를 거듭해 입는 바람에 저고리 소매 바깥으로 내복이 삐져나오기도 했다.

한복은 그 시절에 둔 채 수십 년이 흘렀다. 결혼식을 하지 않는 이상, 한복 입을 일은 없겠거니 하고 살아온 게 사실. 이제는 나프탈렌의 대체재가 많으니 그 독특한 냄새를 맡을 일도 없고, 한복 역시 까마득해졌다.

하지만, 지금 한복을 다시 생각할 때다. 아니, 이미 제대로 주목 받고 있다. 예전의 한복은 아니다. 최근 입고 싶다, 입을만하다, 멋지다, 자랑스럽다, 탐난다, 갖고 싶다고 마음이 동한 순간들을 되짚어보면 모두 이전의 한복 규칙을 깬 모습이었다. 과거처럼 남녀 복장 구분과 격식은 무의미해졌다. 2013년 디자이너 김영진의 세컨 브랜드 ‘차이킴’에서 내놓아 화제가 된 철릭 원피스는 문무관의 관복 철릭을 재구성한 옷으로 지금도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지난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복을 입은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지난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복을 입은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2018년 방탄소년단(BTS)은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고름을 풀고 옷섶을 풀어헤친 차림에 맨발로 춤을 추고, 한복 바지에 점퍼를 입고 부채를 펼쳤다. 한복이 끝내주게 아름다운 옷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였다.

지난 4월,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영화 〈미나리〉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가 입은 한복 수트는 여성이 한복으로 차려입을 때는 치마와 저고리라는 공식을 깼다. 품위 있고 여유로운 스타일에 발목에 묶은 대님 매듭이 이렇게나 멋지다니! 덕분에 대님을 마지막으로 본, 오랜 기억까지 소환했다. 한 달 후, 가수 조권은 한복장인 박술녀의 패션쇼 무대에 섰다. 갓과 도포 차림 아래 붉은 치맛단, 7㎝ 굽의 꽃신이 살짝 드러나는데 전체의 모습이 조화로워 또 한 번 놀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복진흥센터가 주관한 ‘2020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신진 디자이너 김청음은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한복 브랜드 ‘사이클로이드’를 준비 중이다. 장애인이 선택하는 옷과 비장애인이 선택하는 옷을 따로 두지 않고 누구든 마음에 들고 멋지면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 한 생활 한복이다. 트렌치코트는 옆트임이 있는 당의의 형식을 가져왔고 바지 무릎의 매듭은 장식과 손잡이 고리를 겸해 다리를 쉽게 옮길 수 있다.

김청음 디자이너의 배리어프리 한복. 김청음 제공
김청음 디자이너의 배리어프리 한복. 김청음 제공

“대학에서 친해진 친구가 휠체어를 사용했는데 제가 입은 가죽 라이더 재킷을 보고 자기는 불편해서 못 입으니까 아쉽다고 했어요. 튀는 옷, 예쁜 옷을 입고 싶은데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니까 주눅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옷에서만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 인식 자체를 지우고 이 사람도 입고 저 사람도 입는 편안할 수 있는 옷을 만들기로 한 거죠.” 김 디자이너의 말이다.

한복은 정해진 날, 정해진 행사에 예복으로 입고 이를 벗어나면 남의 이목을 끌며, 남녀의 복식이 정해져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한복을 내 삶 안으로 들여오지 못했다. 하지만 한복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진화하고, 변화는 더 없이 역동적이다. 착용법, 성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의심하며 오늘에 맞게 새로고침 하는 한복의 변신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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