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 내용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일본에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으며 “일본군 성노예제 타령을 할 거면 중국에 의한 성노예제, 반인륜적 범죄도 지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김 위원 등이 끝내 반대하며 이날 보고서는 의결되지 못했다. 여성단체 쪽에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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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지난 11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인권위가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다음달 제출을 목표로 하는 독립보고서 안건을 심의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그에 관한 인권위의 의견을 정리한 문서로,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오는 5월13∼31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9차 심의를 한다.

인권위 사무처가 전원위에 보고한 보고서 내용에는 한국이 일본 정부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진상 규명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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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이와 관련하여 “우리 국제 정세가 북한, 중국, 러시아로 이뤄지는 블록이 있고, (한국이) 이에 효율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렇게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며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했다.

그는 또 중국의 “처녀 공출” 문제까지 언급하며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성노예’라는 아주 가혹한 형태, 잔혹한 반인륜적 범죄는 일본보다 중국이 훨씬 더 많이 저질렀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불과 100여년밖에 안 됐다”며 “왜 중국이 저지른 만행에 관해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입도 뻥끗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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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김 위원은 3인의 상임위원 중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된 인물이다. 이날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된 이충상 상임위원도 일본군 성노예제 관련 부분이 보고서에서 빠져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 상임위원은 보고서에 기술된 ‘외국인 가사노동자’ 관련 내용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보고서에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제공해 고용하려는 한국에서의 입법 논의 및 정부 정책 방향이 이주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이 상임위원은 “우리나라가 인구 절벽 때문에 나라 전체가 폭삭 망하게 생겼다”며 보고서 내용에 반대한 것이다. 그는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한달에 칠십몇만원, 백만원 주고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가사노동자로 쓰고 있는데, 그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좋다고 간다”고도 했다.

두 사람이 반대하며 결국 이날 보고서 심의 안건은 결국 의결되지 못했다. 보고서는 오는 25일 전원위에 다시 상정될 예정이다.

여성단체 쪽에선 두 사람의 발언이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상임위원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국가 관계, 국가의 이익에 따라 누군가의 인권은 보호받아야 하고 누군가의 인권은 보호받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