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손 모양’을 했다는 이유로 ‘남성 혐오’ 논란이 제기돼 지난 25일 비공개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버전의 홍보 애니메이션 장면.
‘집게 손 모양’을 했다는 이유로 ‘남성 혐오’ 논란이 제기돼 지난 25일 비공개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버전의 홍보 애니메이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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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게임을 제작한 넥슨은 지난달 26일 홍보 애니메이션에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집게 손 모양’이 들어갔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공격이 쏟아지자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려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보 애니메이션은 비공개 처리했다. 넥슨은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몰래 드러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까지 밝혔다. 하지만 정작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의 집게 손 모양 장면의 콘티를 그린 것은 ‘페미’가 아니라 40대 남성 애니메이터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집게 손 검증’은 근거 없는 허상이자 억측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게임업계를 넘어 일반 기업으로까지 번졌다. 포스코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 영상에 집게 손 모양이 등장한다는 주장이 지난달 28일 나왔고, 논란이 커지자 포스코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내 메신저에도 집게 손 모양이 나온다는 글이 지난달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는 애초 의도한 게 아니라고 해명하다가 공격이 쏟아지자 지난 30일 해당 사진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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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 커뮤니티가 집게 손 모양을 문제 삼고, 이런 주장이 근거없이 펼쳐졌다는 게 판명되고, 그럼에도 해당 기업이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을 받아주는 식의 양상이 전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5월 지에스(GS) 25 편의점 홍보 포스터에 들어간 소시지를 짚는 손가락 모양의 그림이 집게 손 모양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포스터의 손가락 그림은 유료 사이트에서 디자인 소스로 구매한 것에 불과했다.

2021년 ‘집게 손 모양’이 논란이 됐던 수정 전 GS25 홍보 포스터.
2021년 ‘집게 손 모양’이 논란이 됐던 수정 전 GS25 홍보 포스터.

지에스에 이어 같은해 6월엔 전쟁기념관 포토월에 그려진 손가락 모양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 포토월은 2013년에 설치된 것으로, 집게 손 모양이 남성 혐오의 상징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2015년보다 앞선 것이었다. 그럼에도 전쟁기념관은 포토월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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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태 옥기원 유선희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