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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성

내려놔도 괜찮아요. 엄마의 죄책감

등록 :2021-08-12 19:59수정 :2021-12-21 18:09

육아 동지 목소리 담는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 인터뷰
죄책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진솔한 당부

오은영 박사(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오은영 박사(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교수 시절 임신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한 거예요.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임신 전에 해냈던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능력 없어 보이지 않기 위해 조금 더 과도하게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사실 그럴 필요 없는 건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지 엄마와 아빠는 똑같이 아이를 사랑해요. 그러나 아이가 어려움을 겪으면, 대체로 엄마가 일을 그만둬요. 현실적으로 데이터를 보면 그래요.”

아이를 키우다 고민이 될 때 떠오르는 이름, 오은영 박사(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의 이야기다. 일하지 않는 삶을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보통의 엄마들이 감내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 5일 엄마라는 삶을 선택한 여성의 목소리를 전하는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이 문을 열었다. 12일 공개된 첫 인터뷰 손님은 엄마들 사이에서 ‘육아 멘토’ 같은 존재인 오은영 박사다. 임신과 출산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고립된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죄책감 등의 감정을 살펴보기 위해 오 박사를 초대했다. <육퇴한 밤>에선 이야기 손님의 직함 대신 ‘언니’라고 부르며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은영 언니의 목소리는 마림바처럼 청명하고 찰랑찰랑했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모두 지키고 싶은 엄마들은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은영 언니도 다르지 않았다. 임신과 육아로 일하는 능력이 떨어질까 두려웠고, 과도하게 애썼다고 한다. 아이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렇게 위안했다. “부모는 언제나 아이에게 최선을 다한다. 아이랑 보내는 시간은 양보다 질이다”라고. 그런데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먼저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부모 탓만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부모가 끼친 영향이 있는지 파악해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했다. 죄책감으로 흐른 마음의 에너지를 모아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켜요. 살아있어서 그래요. 사람이 생존하면서 성장하고 발달하는 과정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거든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켜요. 그런데 아이들이 문제가 있으면 부모는 언제나 부모 탓을 해요. 내 탓인 것 같거든요. (물론) 아이들의 문제를 논할 때, 부모를 거론하는 것은 부모가 아이한테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문제에 있어 문제를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잘 지도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죄책감에 허우적거릴 것이 아니라 혹시 내가 준 영향이 있나 파악해서 앞으로 나가야 돼요.”

왼쪽 오은영 박사(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오른쪽 임지선 한겨레 기자.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왼쪽 오은영 박사(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오른쪽 임지선 한겨레 기자.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두 번째, 아이의 문제는 부모를 당황하게 만든다. 부모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다. 하지만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은영 언니는 말했다.

“아이의 문제는 언제나 부모를 당황하게 해요. 아이를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당황스러운 문제를 빨리 소거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정답에 아이가 들어와 주면 편하거든요. 내가 이 꼴을 견디지 못하는 거야. (웃음) 그런데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문제가 생겨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저렇게 해봐라’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안 통하면 불안감이 오고, 아이의 행동을 멈추려고 해요. 내 눈앞에서 안 보이는 거로 안정감을 찾아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밤에 아이를 부둥켜안고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하죠. 그런데 아이는 자고 있으니까, 몰라요.”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엄마들이 느끼는 죄책감의 또 다른 형태는 ‘욱’이다. 불끈 일어나는 감정을 참지 못한 걸 자책하곤 한다. 은영 언니는 불안과 걱정이 ‘욱’하는 감정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요즘엔 신종 감염병(코로나19)도 내면의 불안을 건드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단절되고, 일터와 학교로 흩어졌던 가족들은 집에 모여 있다. 함께 있지만, 개별화된 존재로서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

“코로나로 가족들이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징글징글하다는 분들도 많은데요. 가족은 사실 아주 단단한 사랑으로 결속력이 있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각자 개별화된 존재로서 살아야 하거든요. 사랑의 결속력이 강조되면 굴레가 되는 것이고, 독립적인 게 강조되면 또 외롭죠. 이 두 가지를 잘 해나가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어떤가, 나는 가족 안에서 어떤 사람인가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은영 언니는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상황으로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은 당신이 무능해서도 아니고 당신이 잘못해서도 아니고 당연한 거예요. 팬데믹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게 인간이고, 인간은 이런 자극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고 실수도 잦죠.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다듬어져 가면서 그다음 단계엔 약간의 성장이 오는 거니까 ‘힘내자’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죠.”

<육퇴한 밤>은 12일 은영 언니와의 인터뷰 1편을, 19일엔 인터뷰 2편을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공개한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육퇴한 밤’에서도 은영 언니와 나눈 이야기를 동시에 들을 수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12일 공개한 <육퇴한 밤> ‘오은영 박사’ 인터뷰편 영상 화면 갈무리.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8월12일부터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와 네이버TV 채널,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소개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요약한 클립 콘텐츠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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