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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지구별 생명 살리는 ‘작지만 아름다운’ 노력 함께해요

등록 :2021-06-06 09:06수정 :2021-06-06 09:21

[토요판] 기획2
창간 25주년 <작은것이 아름답다>

1996년 창간한 뒤 어느덧 25살
초기엔 생태육아·녹색장례·재생지
최근엔 탈핵·기후·디지털중독 초점
2018년 11월, &lt;작은것이 아름답다&gt;에서 내 책꽂이 책으로 여는 1인 1책방, ‘숲을 살리는 길책방’을 열었다. 플라스틱 사회를 상징하는 플라스틱 숲 조형물에서 행사를 치렀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제공
2018년 11월,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내 책꽂이 책으로 여는 1인 1책방, ‘숲을 살리는 길책방’을 열었다. 플라스틱 사회를 상징하는 플라스틱 숲 조형물에서 행사를 치렀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제공

▶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단순하고 소박하게 좀 천천히 아름답게 사는 법.’ 생태환경문화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의 출발은 이랬다. 1996년 6월 첫 책을 낸 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한걸음, 한걸음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무려 25년. 작지만, 아름답게 계속되는 그들의 녹색 여정에 대해 들었다.

1996년 6월1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앞세워 국내 첫 생태환경문화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작아)가 출간됐다. <작아>는 당시만 해도 낯선 재생종이로 잡지를 펴내며 우리나라 재생종이 운동의 디딤돌을 놨다. 그로부터 25년. 무려 272호의 책을 냈다. 국내 생태환경지킴이 구실을 해온 <작아>가 창간 25주년을 맞는 6월, 김기돈 <작은것이 아름답다> 편집주간이 <작아>의 지난 25년간 생태환경문화활동 여정을 문답 형식으로 전해왔다. 편집자

생명의 물꼬 찾는 생태환경문화잡지

―생태환경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가 벌써 창간 25주년이 됐군요. <작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잡지예요. 녹색출판을 통한 생태환경문화운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이기도 하고요. 자연과 더불어 생태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안을 제시하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고민해왔어요. 1996년 6월 창간호를 낸 뒤 25년 동안 272호까지 달마다, 최근 2년은 계절마다 <작아>를 펴냈어요. <작아>를 읽는 사람들은 ‘작아다움’이란 말을 많이 해요. 단순·소박한 삶, 작은 것에 담긴 가치를 추구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생명의 물꼬가 되는 태도’를 뜻해요.”

―사람들이 작은 것에서 아름답고 좋은 것을 발견하기 힘들어하는 때잖아요. ‘작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요?

“지구를 위기에 놓이게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크고 더 빠른 것을 추구하고, 지구를 물건쯤으로 여기는 것에 질문을 던지는 거죠.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대안을 찾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말합니다. 지구별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생태적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 관심을 두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함께합니다’라는 문장이 <작아> 표지에 있어요. ‘작은 것’은 크기에 비교한 가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기다움’을 말해요. 흙 한줌에 담긴 수천, 수만의 생명을 크기로 말할 수 없잖아요. 지구는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작은 생명들의 연대로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생각해요. 저마다 자기답게 살아 있는 것이 아름답잖아요.”

―<작아>가 25년 동안 수많은 환경 주제를 다뤘을 텐데,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꼽아주시겠어요?

“달마다 특집과 기획, 연재 꼭지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모든 것에 질문을 던져왔어요. 창간호부터 최근호 272호까지 생태철학, 녹색사회, 녹색현장, 녹색문화를 아우르는 주제들을 앞서서 다뤘어요.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는 생태육아, 소농, 녹색장례 같은 대안과 플라스틱, 종이와 재생종이, 석유시대의 종말을 다뤘고, 2010년대엔 생물다양성, 양서류, 음식교육, 기후변화, 핵 없는 세상, 녹색교통, 위험사회 화학물질, 나노, 디지털 중독, 국립공원, 학교 환경까지, 2016년부터 꿀벌지구,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생태건축, 친환경 패션, 생태부엌 같은 우리 일상에 밀접한 생태환경 주제를 가장 앞서, 폭넓게 이야기했어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꾸준히 탈핵 이야기를 해왔고, 아이들과 어른이 모두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태교과서를 연재하기도 했잖아요.

“2004년부터 2년 동안 ‘생태교과서’를 연재했어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지구환경 문제가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우는 기획이었죠. 국내 환경교육 전문가들과 협업해 ‘어린이 환경교육교재’가 없던 시절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국내에 처음 소개한 ‘독일의 디엠제트(DMZ) 다스 그뤼네 반트’도 큰 주목을 받았어요. 분단독일 상징인 국경지대보호구역을 현지 취재해 한반도 비무장지대 보전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기도 했고요. ‘탈핵여름 실전연습’ 특집에서 핵전기를 쓰지 않는 여름살이에 대한 내용도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2006년 기후변화 주범인 ‘비행기’ 특집을,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로 해마다 3월호엔 핵발전소와 탈핵사회, 핵폐기물 문제를 10년 동안 이야기해왔어요. 잊히고 사라진 ‘토종벼’와 ‘토종씨앗’ 이야기를 발굴했고,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팜유농장 문제를 ‘비누’를 통해 들여다봤고, 코팅 프라이팬 이슈, 생태심리, 의식주, 마음, 관계, 삶과 죽음, 사회문화와 환경정책까지 녹색시민의 시선으로 숨겨진 진실을 찾아왔어요. <작아>만의 기획으로 발굴한 환경 주제들은 다양한 매체에서 환경다큐와 단행본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지역과 학교, 다양한 공동체에서 실천 워크숍이나 강연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한국 한해 종이에 나무 2억여그루”
나무농장 탓 삶터 뺏긴 동식물 현장
“기후환경과 생명 파괴하는 주범”
값싼 석탄산업에 담긴 문제점 알려

1996년 6월 발간된 &lt;작은것이 아름답다&gt; 창간호.
1996년 6월 발간된 <작은것이 아름답다> 창간호.

재생종이와 녹색장례부터 탈핵까지

―일찍이 종이와 환경 문제에 주목하며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종이는 숲이다’ ‘한장에서 한그루로’ ‘재생종이는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기후변화와 지구 원시림을 보호하는 ‘재생종이’를 대안으로 새롭게 발견했어요. 재생종이 운동은 생태적 상상력에서 시작해요. 종이 한장에서 나무를 떠올리고, 나무에 깃든 새와 나무가 품은 수많은 생명과 숲을 상상할 수 있다면, 2초마다 지구에서 1헥타르 숲이 사라지는 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거죠. 재생종이는 사용한 종이를 되살린 종이예요. 고지(폐지)가 40% 넘게 들어간 종이를 말하죠. 우리나라 한해 종이 소비량이 990만톤 정도입니다. 나무 약 2억4천만그루에 해당해요. <작아> 창간호부터 재생종이로 책을 냈어요. 어린이들이 쉽게 재생종이를 만날 수 있도록 재생종이 공책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고요. 2007년부터 본격 ‘녹색출판 운동’을 제안했어요. 녹색연합과 함께 <해리 포터> 한국어판 재생종이 출판 캠페인을 통해 제7권을 재생종이로 출판하도록 이끌었죠.”

―교과서도 재생종이로 발간되고 있다는 걸 처음 안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2009년 교과서를 재생종이로 발간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교육부 장관에게 엽서 보내기 운동’을 펼쳤고, 출판사 30여곳에도 동참을 요청했어요. 여러 연예인이 ‘재생종이는 아름답다’ 캠페인에 참여해 힘을 보태줬어요. 여러 교사와 학생이 스스로 캠페인에 참여했고요. 교육부, 학부모단체, 재생종이 생산 업체, 종이 전문가, 작은것이 아름답다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했어요. 2010년 9월, 중·고등학교 교과서 재생종이 출간 결정을 이끌어냈죠. 지금은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 캠페인과 녹색출판을 이어가고 있어요. 우리나라 한해 복사지 사용량은 2억9천만kg인데, 하루에 복사지 5만4천상자, 63빌딩 약 53개 높이만큼 쓰는 셈입니다. 사무실 복사지 45%가 출력한 날 버려지고 있어요. 만일 10%만 재생복사지로 바꿔도 날마다 나무 760그루를 살릴 수 있고, 자동차 약 5천대가 한해 동안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셈이에요. 우리나라 재생복사지 사용률은 2.7%에 불과해요.”

―우리가 손쉽게 쓰는 종이 때문에 동식물이 집을 잃거나,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기도 한다면서요.

“종이회사들이 종이 원료를 위해 ‘나무농장’을 만들어요. 천연 숲을 베어낸 탓에 다양한 동식물이 삶터를 빼앗겨요. 실제 야생 동식물 가운데 98%가 사라진 것으로 보고됐어요. 국내 수입복사지 원산지 1위인 인도네시아에는 세계 3위 열대우림이 있는데, 원시림을 파괴한 나무농장 면적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요. 2014년, 기업들에 재생복사지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어요. 당시에는 비용 문제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최근 ‘기후위기’를 겪으며 ‘기후보호종이’인 재생종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재생종이 누리방(green-paper.org)에서 재생종이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고, 재생복사지도 구입할 수 있어요. 2007년에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선생님이 재생종이 운동 로고를, 2010년엔 정병규 북디자이너가 ‘재생종이로 만든 책’ 인증로고를 제안해 재생종이로 펴내는 녹색출판물에 쓰도록 하고 있어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많아지도록
시민들과 길동무해 생태전환 계속

생태적 전환, 시민들이 길동무

―창간 25주년을 맞아 <작아>가 새롭게 펼치려는 계획이 있나요?

“2019년부터 독일의 지구환경보고서 <아틀라스> 시리즈 한국어판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틀라스>는 독일 하인리히 뵐 재단과 환경단체 분트를 비롯해 유럽 환경연구소와 기관들이 협력해 펴내고 있어요.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주제를 정해 지리, 역사, 사회, 경제, 과학, 문화 분야를 아우르는 생태적인 지식과 정보를 전하고 있어요. 폭넓은 세계 연구 데이터와 사실을 글과 지도, 그래픽으로 압축해 보여주죠. 한국어판은 독일 현지 환경모임 ‘움벨트’가 공동 번역으로 협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10권을 이어서 펴낼 계획입니다. <아틀라스> 출판 작업은 작아가 그동안 통계 자료를 통해 다양한 환경 문제를 드러내온 방식과 같아 주목하게 됐어요.”

―<작아>가 특별호로 제작한 ‘지구를 살리는 지도’ 시리즈 내용도 궁금해요.

“2020년부터 <작은것이 아름답다> 특별호에 ‘지구를 살리는 지도’ 부제를 달고 석탄, 플라스틱, 재생에너지를 먼저 소개했어요. 아틀라스 첫 책 <석탄아틀라스>는 석탄의 기원부터 생산과 소비 실태, ‘값싼 석탄’에 숨어 있는 석탄산업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어떻게 기후파괴의 주범이 됐는지 문제와 해법, 그 한계를 다뤘고요. 또한 석탄 관련 주요 나라별 석탄산업 현황과 핵심 이슈를 통해 석탄의 미래를 내다보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지키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요.”

―몇년 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실감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세상을 위한 책도 준비하고 있다면서요.

“<플라스틱아틀라스> 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작아는 2008년 특집 ‘플라스틱’과 2018년 특집 ‘플라스틱 없는’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일찍부터 알려왔어요. 이번 <플라스틱아틀라스>에는 세계 곳곳의 플라스틱 문제와 오해와 진실, 대안이 담겨 있어요. 플라스틱이 등장한 지 113년, 플라스틱은 몸의 일부가 되고 있어요.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이 섬을 이루고, 미세 플라스틱이 밥상을 통해 다시 우리 몸에 들어와요. 버린 플라스틱 가운데 80% 정도가 소각되거나 땅에 묻혀요. 271호 <지구를 살리는 지도―플라스틱>에서는 코로나 비대면 사회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해법을 다뤘어요. 무엇보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선택이 변화를 만들고 있어요. 2018년 ‘플라스틱 없는’ 특집에서 세계 ‘제로 웨이스트 숍’과 국내 사례를 소개했어요. 최근 2년 전국에 제로 웨이스트 가게가 100여곳 생겼어요. 5월부터 제로 웨이스트 숍들과 협력해 <지구를 살리는 지도―플라스틱>을 전시, 판매하고 있어요.”

―앞으로 <작아>가 나아갈 방향도 궁금해요.

“6월에 ‘일터에서 함께 작아 읽기’ 행사를 열어 ‘재생에너지’ 특별호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7월에 다 같이 온라인 책 모임을 열고요. 25년 동안 <작아>는 ‘종이잡지’라는 전통 출판 운동을 통해 환경문화 운동을 개척해왔어요. 1990년대 지역화폐 운동인 ‘작아장터’를 열고, 독자가 읽고 녹음해 보급하는 ‘듣는 작아’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종이 매체와 출판생태계 위기, 디지털 전환 흐름 가운데서 <작아>만의 길을 찾고 있어요. 1996년 내걸었던 ‘단순·소박한 삶의 길잡이’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많아져야 하니까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길동무로 생태적 전환의 길을 찾아가고 싶어요.”

김기돈 <작은것이 아름답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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