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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방탄학(BTSology), BTS 연구는 이미 시작되었다

등록 :2020-12-26 09:09수정 :2020-12-27 17:19

[토요판] 커버스토리
BTS 혁명, 학술적인 접근
미래 보여주는 지진계 ‘방탄 현상’
세계 대학들에서 정식 강좌 개설 정기학술대회·저널 등 연구 활동
철학·문학·신학까지 전분야 망라

“당신이 누구든 정체성이 무엇이든”
스스로 사랑하란 메시지 큰 울림
집단지성 관객 참여와 네트워크
새로운 예술로 ‘새 세상’ 예견
‘방탄 현상’은 현재의 세계가 어떤 미래로 변해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진계 역할을 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 현상’은 현재의 세계가 어떤 미래로 변해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진계 역할을 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BTS)의 전세계적인 인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2017년 처음 미국 무대에 선 뒤 지난 3년 동안 빌보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해마다 상을 받고 있고, 3대 음악상 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그래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고, 올 한 해 동안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 세 곡을 1위로 올렸으며, 그들이 낸 음반 다섯 장은 발매 즉시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기록들이 대부분 한국어로 된 노래들로 이루어낸 성과라는 사실은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뉴스를 통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와 팬덤 아미를 잘 모른다면, 여전히 방탄소년단을 외국에서 인기 많은 아이돌 그룹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정점이 아니라, 인종·국가·성별·세대에 한정되지 않고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거대한 팬덤과 함께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3100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 수와 4200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 수는 팬덤의 거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대중이 방탄소년단을 꾸준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 <한겨레>가 연말을 맞아 특별제작한 피디에프(PDF)판입니다.
>> 특별 PDF판 내려받기원문보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의 “음악 소비 변화는 미래 소비문화 변화 예측을 위한 지표”라는 주장을 따르자면,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현상들은 단지 음악 산업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즉 ‘방탄 현상’은 현재의 세계가 어떤 미래로 변해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진계 역할을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분야에서 방탄소년단에 관한 학문적인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정식 국제표준 정기간행물번호(ISSN)를 받은 온라인 학술 저널인 &lt;리좀 혁명 리뷰 [20130613]&gt;(The Rhizomatic Revolution Review [20130613]) 누리집 첫 화면.
정식 국제표준 정기간행물번호(ISSN)를 받은 온라인 학술 저널인 <리좀 혁명 리뷰 [20130613]>(The Rhizomatic Revolution Review [20130613]) 누리집 첫 화면.

학술대회·저널 등 연구 발표 활발

현재 방탄소년단에 관한 연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점차 그 범위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석박사 학위 논문, 연구 논문, 저서 등 다양한 형태의 연구들이 나오고 있으며, 여러 학교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한 정식 강좌들을 개설했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2020년 하반기에만 미국 대학 두 군데에서 온라인 특강을 진행했고, 조만간 필자가 진행하는 방탄소년단 현상에 대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도 시작할 예정이다.

2020년 1월에는 영국 런던 킹스턴 대학교에서 제1회 ‘방탄소년단(BTS) 국제 학제 간 학술대회’(BTS Global Interdisciplinary Conference)가 열렸고, 2021년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노스리지 주립대학에서 제2회 학술대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제1회 학술대회에서는 30여개 국가 140명 이상의 학자들이 모여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정식 국제표준 정기간행물번호(ISSN)를 부여받은 온라인 학술 저널인 <리좀 혁명 리뷰 [20130613]>(The Rhizomatic Revolution Review [20130613])는 방탄소년단과 아미만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데, 지난가을 창간호를 발간한 바 있다. 단일 대중 아티스트에 대한 정기 학술대회 및 저널 등의 집단적 연구가 지금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방탄소년단 연구의 범위는 철학·문학·음악학·미술학·문화연구·젠더연구·심리학·교육학·경영학·미디어연구·고전학·종교학·빅데이터·영화학·정치학·역사학·인류학 등 인문·사회과학 및 예술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으로 알려진 아미와 함께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그들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꼽을 수 있다. 그들은 8년간 발표한 앨범들을 통해 상호 연관되어 발전하고 있는 메시지들을 전달함으로써 팬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비판은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가치로 나아간다. 이를 위해 방탄소년단은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 출신이든, 피부색과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당신 자신에 대해 말하세요”라고 말한 2018년 유엔(UN) 연설을 통해 사회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LOVE YOURSELF)를 전한다. 다층적으로 구조화된 사회적 존재로서 나 자신을 인정하고 말함으로써만 우리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이러한 메시지는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울림으로 다가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러한 성찰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들을 다양한 문학, 철학, 심리학 작품들을 활용해 텍스트의 범위를 확장한다. 방탄소년단이 자신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고 직간접적으로 밝힌 작품들은 대표적으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어설라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제임스 도티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머리 스타인의 <융의 영혼의 지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등이다. 이 때문에 학자들뿐 아니라 팬들도 메시지의 의미를 다양한 문학 작품, 철학, 심리학과의 관계 속에서 분석해오고 있다. 이러한 분석들은 거론된 작품들과 연관성, 나아가 인문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한 연구들로 확장되고 있다.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는 수많은 상징에 대한 분석은 문학, 심리학, 철학을 넘어 고전학과 신학 분야의 연구로까지 확장되는 중이다.

지난 1월4~5일 영국 런던 킹스턴대학에서 연 ‘방탄소년단 국제 학제 간 학술대회’.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지난 1월4~5일 영국 런던 킹스턴대학에서 연 ‘방탄소년단 국제 학제 간 학술대회’.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근본적 변화 예견 ‘방탄 세계관’

또한 그들은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 그리고 뮤직비디오도 단편영화도 아닌 영상들을 통해 메시지를 비롯해 자신들의 독특한 허구적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들의 뮤직비디오는 노래와 가수의 매력만을 강조하는 홍보 영상의 차원을 넘어 마치 시리즈물처럼 여러 영상과 미디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른바 ‘방탄 세계관’을 형성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영상 작품들의 연결 방식과 의미가 작품으로 완결되지 않고,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어떤 예술형식보다도 더욱 참여적이고 적극적인 관객을 전제하는 이 새로운 트랜스미디어 온라인 영상예술 형식은 예술의 개념 자체, 예술 작품의 범위, 예술가의 역할 및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 모두를 변화시키고 있다. 필자는 졸고 에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형성된 더욱더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집단지성적인 관객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이 새로운 예술형식을 ‘네트워크-이미지’라고 명명했다. 새로운 예술형식의 등장이란 단순히 새로운 예술이 하나 등장한 사건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따라서 이런 새로운 예술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미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예술형식을 예술사적 맥락에서 파악하는 미학, 미디어학에 기반한 접근 역시 필수다. 그와 더불어 이미지 및 서사 차원에서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분석하기 위해 미술학과 영화학적 연구 방법들이 사용된다.

방탄소년단과 더불어 아미에 관한 연구 역시 활발하다. 아미는 모든 기업과 모든 아티스트가 갖기를 열망하는 소비자 집단이자 팬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과 미디어의 지원 없이 자발적인 개인들의 풀뿌리 운동으로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어·미국 중심적인 세계 음악시장에서 특정 집단이 확고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 균열을 만들며 기존의 권력관계를 뒤흔들기 위해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수없이 편견과 차별에 부딪혀야 했다. 국내에서는 대형 미디어와 자본권력의 바깥에 있다는 이유로, 외국에서는 백인이 아니고 영어를 쓰지 않는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변두리에 있었다. 또한 팬덤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팬들은 ‘빠순이’라 무시당하고, 방탄소년단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보이밴드’라며 예술의 가치를 의심당하는 등 여성혐오적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방탄과 아미의 역사는 이러한 다양한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며 기존 권력들을 깨뜨려 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미 공동체는 재난, 전쟁,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지속적인 자선 활동을 통해 차별과 폭력이 없는 세상을 향한 행동으로 방탄과 공유하는 자신들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방탄을 사랑하고 응원하며 방탄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여 아미가 되었을 뿐인데, 그들은 일상에서 언론의 편견과 차별, 백인우월주의자들, 인종차별주의자들, 일본 극우세력 등에 맞서 싸워야 했다. 2018년 한국의 대법원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온 얼마 후, 한 일본 방송사는 방탄소년단 멤버 한명이 입었던 티셔츠의 원폭 이미지를 문제 삼아 생방송을 취소했고, 이후 일본의 언론들, 나아가 서구의 언론들까지 일본 극우세력의 입장을 받아 적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인 번역 아미들을 중심으로 하는 전세계 20여명의 아미는 이 사건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에 대한 정보들을 망라한 140여쪽 분량의 백서(White Paper)를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 발간했고, 이는 서구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만행들을 전세계 아미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차별에 대한 저항은 어쩌면 ‘아미 정체성’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가수 팬덤의 활동을 넘어서는 이러한 팬덤의 성격이 잘 드러난 것은 지난 5월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와 관련한 아미의 활동들이다. 팬덤의 이러한 저항적이고 인권 지향적인 활동들 때문에 그들은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현대미술의 만남. 지난 1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전시 ‘커넥트, BTS’(CONNECT, BTS)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현대미술의 만남. 지난 1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전시 ‘커넥트, BTS’(CONNECT, BTS)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연합뉴스

하부구조로서 미디어가 변화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소통·조직 방식이 변하고, 사고방식도 변하고, 예술과 예술의 참여자 사이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공고한 기존의 권력관계 때문에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근본은 변하고 있고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예술가는 바로 이러한 근본적 변화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표현하는 이들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예술가와 그들의 거대한 팬덤은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진계이다. 이들의 활동은 영어중심주의, 백인중심주의, 남성중심주의, 기성 언론의 권력 등 기존의 수직적 위계 구조에 균열을 내며, 지금보다 평등하고 수평적인 세상을 향한 시대정신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철학이 세상에 개입하는 방식은 철학자의 수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그 지진계를 지렛대 삼아 변화하는 세상의 구조와 방향을 사유하는 것은 철학이 해야 할 일이다. 아이돌 그룹이라고 폄하당하고, ‘빠순이 팬덤’이라고 무시당하는 이 존재들의 활동은 정당한 철학적 탐구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이지영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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