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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40대 신입’ 죽음에 쿠팡맨들 “기업 성장해도 쿠팡맨 희생만 강요”

등록 :2020-03-18 16:02수정 :2020-03-18 16:31

18일 공공운수노조 현장 개선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어
쿠팡맨 3명 참석해 열악한 현장 토로
“쿠팡은 1년 이하 택배기사들의 퇴사율이 90%가 넘는 곳”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왼쪽 둘째)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배송 현장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왼쪽 둘째)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배송 현장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영(29)씨는 5년차 ‘쿠팡맨’이다. 정씨가 근무하면서 마주한 신입 쿠팡맨만 약 400명이었지만 많은 동료가 수습기간이 끝나고 또는 1년 안에 재계약을 하지 못해 일터를 떠났다. 정씨는 “최근 1∼2주만 봐도 3명이나 재계약이 해지됐다”고 말했다. 현직 쿠팡맨들은 노동자에게 열악한 쿠팡의 근무환경이 최근 새벽배송을 하다 경기도 안산에서 쓰러져 숨진 4주차 택배노동자 김아무개(46)씨의 죽음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회사에서는 배송을 끝내지 못할 만큼의 물량을 주는데 재계약을 앞둔 신입에겐 혼자 다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물품이 가득 찬 쿠팡차량. 공공운수노조 제공
택배물품이 가득 찬 쿠팡차량. 공공운수노조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충분한 교육기간을 주고 3개월 동안 50% 물량만 준다는데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기존 직원과 동승해 하루만 교육을 받고 바로 단독배송을 한다. 그것도 기존 쿠팡맨보다 조금 적은 양이다”라고 말했다. 업무 난이도 등으로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쿠팡의 시스템이 쿠팡맨을 쉼없이 달리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정씨는 “묵묵히 일을 해야만 계약 연장이 되고, 계약이 연장되면 정규직을 바라보고, 정규직은 자리를 지켜내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울산에서 근무하는 최세욱(38)씨도 “일부 캠프(근무지)에서는 연차 개수도 임의로 할당하거나 연차를 쓰면 패널티를 주는 등의 상황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장교동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물품 배송중 숨진 쿠팡배송기사 사고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중량물 기준 마련과 유급병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장교동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물품 배송중 숨진 쿠팡배송기사 사고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중량물 기준 마련과 유급병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년8개월차 쿠팡맨 조찬호(44)씨도 “이런 참사로 관심을 받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씨는 “쿠팡이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하면서 새벽배송이 생겨났고 지금은 정규직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생겨났다”며 “새로운 단어가 생길 때마다 기업은 찬사와 함께 급성장했지만 쿠팡맨들은 일방적으로 내몰리며 희생만 강요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정 휴게시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량을 감당하려면 조기출근을 해야 하지만 업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달려도 매일 한 시간의 휴게시간은 업무시간에서 빠진다는 것이다. 조씨는 “회사는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8월 쿠팡맨 28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73%(209명)는 “휴게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씨는 “새벽배송은 7시까지인데 사실상 새벽 6시까지 일을 끝내야 해 뛰어야 한다”며 “쿠팡은 1년 이하 택배기사들의 퇴사율이 90%가 넘는 곳이다. 이 숫자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 대변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는 경영성과에 급급해 쿠팡맨들의 고혈을 짜내지 말고 눈과 귀를 열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또한 “지난해 8월에 비해 현재 쿠팡 물량이 22%가 늘었다”며 “누군가의 죽음으로 사회적 거리의 빈 공간을 메워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없어지겠지만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바이러스는 고쳐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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