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9일 서울 시내 한 삼성증권 영업장 입구에 삼성증권 배당 착오입력으로 인한 삼성증권 주가 급등락 사건 관련 사과문이 붙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해 4월9일 서울 시내 한 삼성증권 영업장 입구에 삼성증권 배당 착오입력으로 인한 삼성증권 주가 급등락 사건 관련 사과문이 붙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배당 실수로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판 삼성증권 직원들이 회사가 입은 손해의 절반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이동연)는 삼성증권이 직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3명의 직원들이 회사에 47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가 판단한 배상액은 삼성증권이 당시 배당사고로 입은 손해액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4월6일 삼성증권에서는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 배당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하는 배당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3980만원 상당)를 배정하면서 28억1295만주의 이른바 ‘유령주식’이 직원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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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이렇게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판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인 것을 알고도 주식시장에 매도해 회사에 94억 가량의 손해를 입혔다”며 55억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소송을 당한 직원 13명이 내다 판 주식은 약 534만주로, 체결된 거래금액은 1900억원 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주식 거래가 체결된 지 3거래일이 지나야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이익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이들이 판 주식을 다시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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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전산프로그램이 오류인지 확인할 목적으로” 또는 “별생각 없이, 시험 삼아” 주식을 매도했다며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령 주식으로 한 체결 계약은 ‘무효’”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로 주식을 대량 매도할 목적으로 신의칙상 의무에 반해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원들이 주식 처분의 고의가 없었더라도 상급자에게 보고해 회사 손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지만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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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판부는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 및 시스템 문제 등을 들어 직원들의 배상 책임은 50%로 제한했다. “배당사고 발생 즉시 적극적으로 매도금지 공지를 했다면 손해규모가 상당 부분 줄었을 것”이라며 삼성증권의 책임도 일부 인정했다.

삼성증권은 전산 실수로 배당 사고를 일으킨 직원 두 명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가 입은 손해는 주식 대량 매도 때문이지 배당 실수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