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전경. 고려대 제공
고려대학교 전경. 고려대 제공

나날이 깊어지는 한·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양국 학자들이 손을 잡고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내각 직속기구인 ‘한·일공동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동아시아화해협력센터(고대 화해협력센터)는 31일 <한겨레>에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본 와세다대학교 국제화해학연구소(와세다대 화해학연구소)와 손을 잡고 양국 정부 등에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고대 화해협력센터는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의 갈등이 증가해 양국 간 국민감정이 악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하면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역사 문제의 당사자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통의 인식을 가지게 됐다”며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양국의 공동 번영과 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에 기반한 공동제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공동제안의 세 가지 원칙은 △양국 국민의 공동 번영의 원칙 △인권 피해자 공동 구제의 원칙 △미래를 향한 상호 이해와 절제의 원칙 등이다.

이들은 우선 한국의 대통령과 일본의 내각 직속기구인 ‘한·일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한·일공동위원회는 강제동원 피해자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 학자, 시민운동가, 강제동원 관련 기업 등으로 구성된 기구로, 한·일 과거사 문제를 위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과거사 문제로 인해 양국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앞서 제시한 세가지 원칙에 따라 화해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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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화해협력센터장인 박홍규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간 협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와 국회 등에 공동위원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와세다대 쪽은 우리처럼 일본에서 기관과 단체, 개인에게 서명을 받고 내각에 제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한·일 갈등의 불씨가 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를 중지하기 위한 노력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고대 화해협력센터는 “현재 멈춰 있는 경제·문화·시민사회의 교류를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해 과도한 민족주의의 억제를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대 화해협력센터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조처로 한·일 양국 기업과 시민으로부터 모금된 공동기금을 창설하고 대법원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 보상은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구제하고,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을 중지시켜 일본의 경제 제한 조처를 풀기 위한 잠정적인 조처”라며 “강제동원 피해자가 종사했던 일본 기업이나 한·일조약의 혜택을 받은 한국 대기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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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이같은 공동제안 실행을 위해 양쪽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 번영을 바라는 개인과 단체들이 지혜를 모아서 공동제안을 실행하면 현재의 어려운 한·일관계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한·일 정부가 공동제안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실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7년 문을 연 고대 화해협력센터는 과거사 및 영토 문제 등을 둘러싼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이견을 좁히고 동아시아 지역 내의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국가들과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대 화해협력센터는 같은 해 일본 문부과학성 신학술영역연구를 위한 5년 프로그램에 선정된 ‘화해학의 창성’이라는 일본 와세다대 학술 연구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이들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