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거부자 58명이 한꺼번에 풀려난다. 남은 수감자는 13명이다.

법무부는 26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어 징역형이 확정돼 6개월 이상 감옥살이를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58명을 가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심사위는 형법의 가석방 최소 요건(형기의 3분의 1 경과)을 채운 병역거부자 63명의 수사·재판·형 집행 기록을 검토한 뒤 58명을 사회봉사하는 조건으로 오는 30일 가석방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요구하는 ‘진정한 양심’의 기준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서 가석방을 결정했다. 보류된 5명은 대법원 기준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해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양심적 병역거부에 형사처벌을 가해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에서 처벌의 예외사유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사상 첫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1년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는데, 법무부는 이들을 다른 초범처럼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교도관의 행정 업무 등을 보좌하도록 했다. 국방부가 최근 검토하는 ‘교도소에서의 대체복무’를 진작부터 시켜왔던 셈이다. 이들은 대부분 형기의 80%(1년2개월)를 마치면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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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기준으로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71명이다. 58명이 풀려나면 13명만 남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선고를 일단 지켜보겠다며 지난해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실형 선고가 꾸준히 줄어든 탓이다. 병무청도 지난 6월 헌재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한 뒤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입영을 연기해줬다. 이 때문에 병무청의 병역법 위반 고발도 막을 내렸고, 연쇄적으로 검찰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기소도 중단됐다. 이번에 보류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도 가석방이 가능한 형기를 채우면 심사를 받은 뒤 대다수가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감옥에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수감 중인 71명 중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69명인데, 법무부가 일부 병역거부자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의심된다’며 판단을 보류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입영을 연기하고 신상공개도 중단한 병무청과 달리, 법무부와 검찰의 변화는 더딘 편이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진실한 양심’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대법원 선고 뒤에도 2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선고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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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미 수감 생활을 모두 마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 구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백종건 변호사처럼 형이 확정되고 5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호사 재등록이 거부되는 등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된 이들도 많다. 대통령 특별사면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