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법무부가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조작정보의 제작·유포를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또 거짓임이 명백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때는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고 했다. 특히 유튜브 방송 등 언론기관이 아닌데도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선 예방과 자율 규제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전에 ‘수사와 처벌’만을 내세우는 엄벌주의가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조장 등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등 제도적 대안에는 손을 놓고 있는 정부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6일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민주주의를 교란하는 유튜브 등에서의 온라인 가짜뉴스를 엄정 처벌하라”고 지시한 지 2주일 만이다. 법무부는 “민주주의의 근본인 표현의 자유는 적극 보장돼야 하지만 진실을 가리는 허위조작정보는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교란한다”고 엄정 처벌 배경을 밝혔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허위조작정보 제작·유포자에게 최대 징역 7년 또는 벌금 5000만원까지 선고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는 물론, 형법의 명예훼손죄 및 업무방해죄·신용훼손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기존 처벌 조항을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특히 “정보통신망법에 허위조작정보의 삭제요청권을 담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언론중재법에 따른 언론기관이 아닌데도 언론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이뤄진 경우에 한해 삭제 및 반박 내용을 게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법을 개정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손보겠다는 것이다. 또 언론보도 꼴을 갖춘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망인 유튜브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삭제 조처 및 형사처벌 등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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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무부는 이번 대책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부를 것을 의식한 듯 허위조작정보를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사실’로 정의했다. 이어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의견 표명 △실수에 의한 오보 △근거 있는 의혹 제기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처벌 대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법원 판결로 처벌된 사례들을 유관기관에 제공해 단속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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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이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허위 내용으로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 등 15가지 처벌 사례를 우선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과거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성관계를 했다는 허위 내용을 인터넷티브이(TV)로 방송(징역 1년6개월 확정)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시정홍보지 만평에 대통령 욕설 표시(벌금 300만원 확정) △김대중 전 대통령 차명계좌에 12조원이 있다고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벌금 300만원 확정) △문재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아버지는 북한 인민군’이라는 등의 허위 내용을 페이스북에 게시(징역 10개월 선고)한 사건 등이다.

이번 대책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법학계에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의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 엄단’ 대책과 비교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검찰은 2014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 분열을 가져온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포털사이트 등 공개된 공간의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했다. 당시에도 명예훼손죄 등을 무기로 정부 비판 목소리에 대한 입막음에 나섰다는 비판이 많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는 이날 공식 논평을 내어 “현행 정보통신망법 삭제요청권 제도 중 임시조치 부분은 시민 입막음 수단으로 악용돼 왔기에 현 정부도 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삭제요청권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 후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명예훼손죄 형사처벌은 보수정권 시절 수사기관이 국정운영 비판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동원한 죄명이기도 하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법무부가 처벌 사례로 내놓은 것 가운데 상당수가 대통령을 비난한 경우다. 형사처벌을 확대하고, 게시글 삭제 권한까지 부여할 경우 정부 비판적 내용에 자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홍 교수는 이어 “독일의 경우 ‘가짜뉴스’ 관련 법은 ‘혐오표현 금지법’이다. 우리나라는 대책의 초점이 엉뚱하게 국정운영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조작정보라는 개념 정립부터 쉽지 않다. 사후적으로 내용이 일부 허위로 드러난다고 해서 이를 처음부터 ‘허위조작정보’라고 규정하기 어려울 텐데 어떻게 감별할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현소은 고한솔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