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평지역자활센터 소속 자활근로 노동자들이 지난 1월17일 서울 은평구 원룸의 고독사 현장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은평지역자활센터 소속 자활근로 노동자들이 지난 1월17일 서울 은평구 원룸의 고독사 현장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에서만 1년에 최소 162명이 고독사 한다. 이틀에 한명꼴로 도시 어디선가 홀로 죽어간다.

<한겨레>는 고독사 주검을 전문적으로 청소하는 업체 스위퍼스와 하드웍스가 2014년 국회 요구로 작성한 고독사 현황 자료를 입수해 어떤 이들이 혼자서 죽음을 맞는지 살펴봤다. 엑셀 서식 안에 정리된 고독사 주검들은 대체로 보증금 없는 고시원 등 주거 취약 지역에서 살다가 알코올 중독 등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40대 이하 ‘젊은’ 고독사는 대부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였다.

서울시복지재단이 2016년 12월 발표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파악 및 지원 방안 연구’(서울시 고독사 연구)는 그나마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고독사 현황을 점검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이를 보면 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 확실 사례는 162건, 고독사 의심 사례는 2181건이었다. 의심 사례를 합치면 외로운 죽음은 2343건으로 늘어난다. 2013년 서울시 1인 가구 93만2368가구의 0.2%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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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도 통계도 없는 죽음 뉴스 등에서 흔히 접하는 ‘고독사’는 아직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 내려진 개념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홀로 사는 사람이 홀로 죽음을 맞은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주검으로 발견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는 학계와 언론에서 잠정적으로 다다른 합의점일 뿐이다. 법적 정의가 없다 보니 고독사에 대해서는 맞춤 통계도 정책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고독사의 정의 자체가 모호한 탓에 그동안은 무연고 사망자 통계가 고독사 통계를 대신해왔다. 무연고 사망자란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주검 인수를 거부해 지방자치단체가 장례와 유품 정리 등을 대행한 경우를 뜻한다. 그러나 고독사가 사회적 단절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무연고 사망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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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고독사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각각 ‘고독사 예방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보증금 없는 고시원에서 홀로 외롭게 숨을 거둔 고독사 주검들의 마지막 자취에 대해서는 정리된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독사 전문 청소업체 스위퍼스와 하드웍스가 2014년 한해 동안 고독사의 유품 등을 정리한 기록은 이들의 삶의 자취를 기록한 귀중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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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정리한 고독사 사례 41명 가운데 상당수는 열악한 거처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1명 가운데 6명은 보증금 없는 고시원에서, 1명은 보증금 없는 오피스텔에서 숨을 거뒀다. 보증금이 있었지만 월세가 밀려 보증금이 모두 소진된 사례도 2명 있었다. 보증금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경우는 5명이었다.

이들은 대개 부패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회적 고립이 그만큼 깊었다는 뜻이다. 고독사를 연구하는 쪽에서는 주검의 상태를 ‘매우 양호’부터 ‘매우 심각’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숨진 지 3일이 넘어가면서부터 복부가 부풀어 오른다. 12~20일이 지나면 신체의 형태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41명 가운데 부패 진행이 ‘심각’ 이상이었던 경우는 31건이었다. 심각 단계는 주검이 ‘미라’처럼 말라붙기 시작하는 단계다. 김완 하드웍스 대표는 “보통 우리 같은 전문 청소업체까지 찾을 정도면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집주인이나 가족이 손을 쓸 수 없는 경우”라며 “월세가 밀려 집주인이 고독사를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엔 고독사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새벽 1~2시께 몰래 청소하곤 한다”고 했다.

50대 이상 지병, 40대 이하 자살 고독사 주검들은 알코올 중독 등 지병으로 숨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스위퍼스와 하드웍스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고독사 41명 가운데 지병으로 숨을 거둔 경우가 20명이었다. 알코올 중독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알코올 중독에 간경화·당뇨 등 합병증이 더해진 경우도 4명 있었다. 사망 원인 가운데는 자살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41명 가운데 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명 가운데 9명은 40대 이하의 젊은 고독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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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고독사 연구에서도 고독사 사망 원인은 알코올 중독, 간경화, 당뇨, 뇌경색 등으로 다양했다. 즉 홀로 살고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되어 있는데다 지병까지 있는 사람들이 고독사의 중심 위험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병 때문에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을 찾을 확률이 높으므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고독사 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발적인 1인가구, 이웃부터 돌봐야 죽음의 현장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서울시 고독사 연구를 보면, 고독사 확실 사례 162명의 주거 현황은 다세대주택(34.5%), 임대아파트(17.9%), 고시원(8.0%), 빌라(5.5%), 원룸(5.5%) 차례였다. 쪽방, 창고, 슈퍼마켓 골방 등 제대로 된 ‘집’이 아닌 곳에서 발견된 주검도 있었다.

자치구별로는 162건 중 관악구가 19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원구 18건, 구로구 17건, 강서구 13건 차례였다. 주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고독사가 많이 발생한 셈이다. 고독사 의심 사례 2181건으로 확장하면 은평구가 151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대문구(144건), 강남구(143건), 노원구(130건), 관악구(129건) 차례였다. 강남구의 경우는 20~30대 ‘젊은 고독사’의 비중이 높았다. 직장 근처 원룸·오피스텔에 거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는 대부분 월세가 밀려 집을 찾은 집주인, 주검이 부패한 악취를 견디다 못해 신고한 이웃들에 의해 발견된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주거 특성에 따른 위험지역을 선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고독사 발견 빈도가 높은 주거지역에서 살고 있는 위험집단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홍영준 상명대 복지상담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 하는 사람들은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가족이 해체된 비자발적인 1인가구가 많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에게 손 내밀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제도의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민 장수경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