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기무사령부 전경. <한겨레>자료사진
국군 기무사령부 전경. <한겨레>자료사진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티에프(TF)’의 조사 대상인 국군 기무사령부가 오히려 티에프를 감청해 수사 정보를 미리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금껏 군의 정치개입 의혹 규명에 미온적이었던 국방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금껏 누구 한 명 자체조사를 통해 검찰 등에 수사의뢰를 한 적도 없고, 군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국방부의 분위기가 기무사의 티에프 감청이라는 일탈 행위에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선전화 감청으로 수사정보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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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방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무사는 지난 11월 말 티에프의 유선전화를 감청해 국방부 티에프가 기무사에 압수수색을 나온다는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티에프 수사관 통화 내용 중 일부 중요 내용을 발췌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인 기무사가 조사 주체인 티에프를 감청한 것 자체가 심각한 일탈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티에프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보는데 위법사항이 있는지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문건은 이 한 건이지만, 추가 보고서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군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우리는 9월부터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기무사의 군내 감청은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하는 일반 감청과 달리 4개월마다 한번씩 대통령의 포괄적 승인을 받아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 감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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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자체 개혁 의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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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의 이번 감청 논란은 군의 정치개입 사건에 비협조적인 국방부 전체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 조사를 곱지 않게 보는 국방부와 군 내부 분위기 때문에 티에프 조사활동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티에프가 지난 10월27일 “기무사령부 부대원들도 댓글활동에 관여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도 한 달이 더 지난 12월4일에야 압수수색을 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또 하드디스크를 이미징(복제)하지 못하게 해 수사관들이 일일이 현장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는 등 압수수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티에프 내부에서도 “구성원들이 현직으로 복귀하면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방부 티에프가 자체조사를 통해 수사의뢰를 하거나 관련 자료를 검찰에 보낸 적도 없고, 검찰의 자료요청도 ‘보안’ 등을 이유로 거절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김관진 전 장관의 석방에 대해 “참 다행이다. 같은 동료로 근무했기 때문” 등의 답변을 한 것도 국방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