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 구조정이 다가가고 있다. 인천해경 제공
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 구조정이 다가가고 있다. 인천해경 제공

마침 대어를 낚으면 상품을 주는 ‘대어 이벤트’가 예정된 날이었다. 낚시객 20명과 선장, 보조원 등 배의 정원 22명을 꽉 채우고 출항한 낚싯배 ‘선창1호’는 출항 5분 만에 급유선과 부딪혀 뒤집혔다.

3일 같은 배에 탄 낚시객들이지만 생사의 갈림길은 한순간에 갈렸다. 선실 밖에 있다가 배가 부딪히면서 바다에 떨어진 승객들은 다행히 구조됐다. 사고 장면을 목격한 서아무개(37)씨와 동생(35), 동생의 직장 동료 김아무개(27)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선실 내부가 비좁아 바깥에 머물다 바다에 떨어진 뒤 구조됐다. 사고 직후 배가 뒤집히면서 선실에 갇힌 승객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사고로 밤 10시 현재 배에 오른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생존자는 7명이다. 사망자는 시화병원, 센트럴병원, 고대 안산병원 등에 각각 안치됐다.

낚시객 송아무개(42)씨는 사고 뒤 배가 뒤집혀 선실에 갇혔지만, 깨진 창문을 통해 빠져나와 급유선 선원에 의해 구조됐다. 뒤집힌 배의 ‘에어포켓’에서 1시간30분 이상을 버티다 구조된 이들도 3명 있었다. 이들은 별다른 상처 없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곧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훈 시화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시화병원으로 이송된 승선객 가운데) 4명은 (이송 시) 이미 사망 상태였고, 2명은 신체활력징후나 의식이 명확했다”며 “생존자 2명은 지금 많이 안정된 상태로 특이 소견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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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지 한나절이 넘도록 발견되지 않은 선장 오아무개(68)씨와 이아무개(57)씨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진두선착장에서 찬 바람 몰아치는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인천에서 제조업에 종사한다는 이씨는 거래처 직원 2명과 함께 배낚시에 나섰다. 이씨는 배에 오를 때 입으려고 구명조끼를 따로 구비해놓을 만큼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이씨는 이날 새벽에도 인천 부평구 집에서부터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영흥도로 향했다.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이씨의 아내는 “‘이제 국밥 한 그릇 먹고 배 타러 간다’는 말이 마지막 통화였다.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조금은 안전하지 않겠냐”며 구조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진두선착장에 나와 있던 다른 사고자 가족들은 잇따른 구조 소식을 전해 듣고 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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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가 4명 안치된 경기 시흥시의 시화병원 로비는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유가족 30~40명은 아직 제대로 된 빈소가 꾸려지지 않은 지하 2층 장례식장 한구석에 가족끼리 앉아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고 흐느끼며 눈물을 닦았다.

사망자 이아무개(53)씨의 누나는 “동생이 영흥도에서 낚싯배 사무장으로 있는데, 쉬는 날에 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배를 잘 아니까 낚시를 나가도 별걱정 안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아들 이아무개(36)씨를 잃은 어머니는 며느리를 붙잡고 “며느리가 가지 말라고 말렸다던데 말 안 듣고 갔다더라. 더 세게 못 가게 말렸어야 하는데 왜 거길 가게 뒀는지 너무 후회된다”며 울먹였다. 그는 “우리나라에 배 사고가 많이 나는데 날씨가 안 좋으면 출항을 시키지 말아야지 왜 출항을 시켰느냐”며 해경을 원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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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8시께 사망자 4명이 안치된 시화병원을 찾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유가족을 20여분간 면담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이 앞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알 수 있게 옹진군청에 지역재난대책본부를 차려 소통 채널을 일원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수경 임재우 기자, 인천/선담은 최민영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