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문 여성 방송진행자를 찾아가 죽이겠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린 인터넷방송 진행자(BJ)를 붙잡은 경찰이 해당 남성을 입건 대신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하고 돌려보낸 것에 대해 여성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는 11일 오후 3시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여성 살해 협박 남성, 범칙금 5만원 부과한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당시 방송을 보던 시청자는 최대 7천여명에 이른다”며 “강남역 살인사건, 왁싱(제모)숍 살인사건 등 여성혐오 범죄가 끊임없이 드러나는 상황인데도 경찰의 안일한 태도와 조처는 다수의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간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명백한 범죄를 묵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 ‘쎄러’씨는 “온라인상에 남겨진 여혐 댓글에 반박하는 댓글을 남겨 공격받는 일, 강남역 시위에 참여했다가 나의 신상이 탈탈 털리는 일들이 남 일 같지 않다”며 “여성을 향한 범죄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10일 이 동영상을 올린 남성을 붙잡아 조사했으나 “사안이 경미해 범칙금 부여 뒤 같은 행위를 하지않도록 주의를 주었다”며 경범죄처벌법의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원 처분만 하고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명 변호사는 “통고처분이 솜방망이 처벌인 것은 분명하다”며 "수사도 해보지 않고 덮어버리면 주차위반이랑 똑같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남성이 ‘갓건배’라는 여성을 “처치하겠다”고 말하며 시청자에게 공개한 행위는 ‘협박의 고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협박 미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변호사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원하는건 구독자수 늘리기라서 실제 살인의도를 갖고 행동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들긴다든지 죽여버리겠다는 식으로 소리를 치는 등의 행동은 하려고 했을테니 협박 미수죄 성립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7천 명에 달하는 시청자에게 주소 등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공개된 주소가 갓건배의 주소가 맞다는 전제 하에 비정상적 방법으로 주소를 확보하고 방송에서 영리 목적으로 공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지민 기자, 조진영 교육연수생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