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씨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씨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공단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전문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반 논의를 전문위에 상정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이 전문위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이유가 “청와대의 뜻이었다고 들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의 심리로 29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3회 재판에서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김성민 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 전 위원장은 재판에서 “(삼성의) 합병 비율이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에스케이(SK) 합병도 전문위에서 논의했으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전문위에서 심의·의결할 안건으로 판단했다”며 “(전문위가 열리지 않아) 전문위원 중에는 위원회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돼 사퇴하겠다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식 11.21%, 제일모직 주식 4.84%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여부는 두 회사의 합병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김 전 전문위원장의 전문위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5년 7월10일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가 삼성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국내 기관투자자 중 유일하게 삼성 합병 반대 의견을 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의 논의 절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주 전 대표는 “박창균 중앙대 교수(당시 전문위원)에게 (투자위만 열린 이유를) 물어보니 ‘청와대의 뜻이라고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주 전 대표는 특검 조사에서도 “삼성을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청와대밖에 없는데, 언론 보도를 보니 삼성의 승마 지원 등이 청와대가 얻은 반대급부가 아닐까요”라고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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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최순실씨와 함께 법정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면서도 사건 기록을 살피거나 유영하 변호사와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주 전 대표에게 “특검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삼성 뇌물로 기소하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며 관련 없는 질문을 했다가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