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의 뇌물을 주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입구에 방청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의 뇌물을 주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입구에 방청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433억원대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쪽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특검팀의 공소장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등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 쪽에 433억원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9일 열린 이 부회장과 박상진 사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5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쪽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들은 “특검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해 법원에 유죄에 대한 예단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해야 하고, 법원에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서류 등을 첨부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이 부회장 쪽은 “공소장에 이 부회장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를 인수했고,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형사재판을 받았다고 기재돼 있다. 이는 이 부회장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으로, 유죄에 대한 예단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전략실에 대해선 ‘삼성그룹의 소위 대관 업무 창구 역할을 했다’고 기재해 범죄 집단처럼 묘사했다. 무죄추정원칙을 유죄추정원칙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광고

이 부회장 쪽은 독대 자리에서 오갔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 인용된 것처럼 기재된 데도 불만을 나타냈다. 변호인들은 “특검팀이 박 대통령에 대해 조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어떤 근거로 이 대화 내용을 직접 인용 형태로 기재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삼성 임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지 않다.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 쪽의 주장에 대해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복잡하고 중요한 사건에선 사안의 중대성과 맥락을 짚기 위해서라도 공소사실에 이르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한다. 향후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면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광고
광고

이 부회장 쪽은 특검 파견검사가 재판에 참여하는 등 공소 유지 업무를 맡는 게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이 부회장 쪽은 “특검법은 공소유지가 특검과 특검보의 권한이라고 규정한다. 파견검사는 공소유지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특검법에선 특검의 공소유지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검사의 파견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검사가 파견된 이상 공소유지, 법정 참여 등 검사로서의 모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맞섰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