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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검사장 직선제 찬성 vs 반대 정책배틀 해보니

등록 :2017-02-20 09:53수정 :2017-02-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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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2017 광장의 노래]
4부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설계도
② 정책배틀-시민배심원의 선택

검사장 직선제 찬성 vs 반대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정책배틀’에 시민정책배심원단으로 참여한 임유진씨가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정책배틀’에 시민정책배심원단으로 참여한 임유진씨가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수사·기소권을 장악한 검찰의 힘을 분산하지 않은 채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면 더 무서운 악마를 만들 수 있다.”(정아무개)

“금융실명제도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라고 했지만 우리 사회를 바꿨다. 제도가 현실을 견인하기도 한다.”(박아무개)

“수직적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이 뽑든 검찰총장이 임명하든 최고권력자에겐 다를 바 없다.”(고아무개)

“힘있는 집단이 베일에 싸여 있고 공개되지 않으면 부패한다. 시민의 감시를 받으면 검찰도 달라질 것이다.”(김아무개)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정책배틀-검찰개혁 편’.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검찰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데는 시민정책배심원단 50명이 한목소리를 냈지만 방법론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지방검사장)을 모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자는 지방검사장 직선제 정책에 대해 사전투표 결과는 35 대 15로 찬성 쪽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전문가 발제와 질의·응답, 배심원단 심의를 거치면서 찬반 의견이 엎치락뒤치락했다.

찬성
총장 임기제 등 현 제도론 한계
검찰 독립성·분권화 등 개혁 효과
“국민 목소리 듣는 직선제가 먼저”

반대
직선제땐 검사 스스로 정치권력화
수사권 조정·고비처로 상호견제를
“무소불위 힘 쪼개는 게 우선 과제”

사전투표서 ‘35 대 15’ 압도적 찬성
전문가 발제뒤 한때 ‘13 대 25’로 뒤집혀
배심원들 최종 때까지 토론 또 토론
배틀 거치니 아슬아슬한 찬성
검찰 개혁 모두 동의…방법론엔 이견

볼링 스트라이크 칠 ‘킹핀’

검사장 직선제는 2012년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검찰개혁 공약으로 처음 선보였다. 노무현 정부의 ‘위로부터의 개혁’이 실패로 끝나고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정치검찰’이 고개를 들자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4년 ‘십상시 문건’ 파동처럼 박근혜 정부에서도 검찰은 ‘권력의 해결사’ 노릇을 자청했고 야권은 시민에 의한 검찰 통제에 한발 더 다가갔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지방검사장 직선제 법안을 발의했고 야권 대권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미국의 경우 주민 직접선거로 주(스테이트)의 법무장관과 검사장, 지역(카운티·시티)의 검사를 선출한다.

검사장 직선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국운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는 찬성 패널로 나서 검사장 직선제를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서 맞혀야 하는 5번 ‘킹핀’에 비유했다. “검찰총장 임기제, 인사청문회, 수많은 특검을 해봤지만 검찰은 훨씬 더 나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검사장 직선제로 기존 검찰개혁론의 한계를 돌파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까지 검찰개혁론이 정치권력과 검찰권력 사이의 관계를 제도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전면화해 선거를 통해 검찰조직 자체를 민주화해야 한다.”

검사장 직선제가 몰고 올 효과로 △중앙집권적 피라미드의 붕괴 △검찰권력의 민주화 △검찰권의 분권화와 개혁경쟁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의 자리 찾기 △자치경찰제 등 전후방 개혁 효과 등 5가지를 꼽았다. 이 교수는 “검사장을 주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하면 검찰총장이 단일하게 지배하는 검찰의 피라미드 권한·조직이 무너지면서 대통령 등 집권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선출직 검사장이 개혁경쟁을 벌이면서 국회 독립검찰위원회 설치, 자치경찰제 및 수사권 조정 등 검찰·경찰 전반을 개혁하는 작업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장이 검사를 권력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 패널로 나선 이광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검사장 직선제는 “무익하며 유해하다”고 맞섰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주민의 의견이 매번, 반드시 합리적이고 타당할 수 없기에 성소수자, 이주민, 탈북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거나 엄벌 위주의 수사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정치권력은 대검찰청이나 고등검찰을 통해 지검장 직선제 밖에서, 검찰 권력을 계속 활용할 것이다.

셋째, 선출직 검사장이 무능하거나 부패할 경우 통제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우후죽순 후보가 난립하는 경우 번호를 잘 뽑으면 당선되는 ‘로또 선거’가 되거나 지역 토호세력과 결탁한 금권·조직선거로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정치검사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사들이 정치권력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현행법은 검사들이 정치권력에 복종할 의무가 없지만 선출직 검사장은 정치인으로서 그 소속 검사를 정치권력에 활용하는 도구로 삼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높은 형량을 받아내기 위해 검사가 법정에서 배심원을 상대로 과도한 연출을 하고, 재판이 스포츠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수사권을 조정해 권한을 줄이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등을 설치해 상호 견제하는 것”이라며 “검사장 직선제는 검찰개혁의 본류를 벗어나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양쪽 전문가가 발제하는 동안 배심원들은 휴대전화로 실시간 투표창에 댓글을 달며 찬반 의견을 나눴다. “찬성: 직선제 제도가 해결책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나을지도….”(박아무개) “반대: 지역의 소통령을 만드는 것처럼 막대한 부작용이 뒤따르게 됩니다.”(김아무개) “반대: 인기가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출마조차 힘들기 때문입니다.”(이아무개) “찬성: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김아무개) “반대: 들어보니 우려했던 부분이 확인되었다.”(오아무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배심원단 표심 ‘엎치락뒤치락’

전문가 발제가 끝나자 찬반이 13 대 25로 뒤집혔다. 배심원 12명은 아직 실시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역전을 당한 찬성 쪽에서 반격에 나섰다.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선출직) 검사장이 나왔다고 치자. 대통령이 민정수석이나 법무장관, 검찰총장을 통해 그 사건 덮어라, 수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그 검사장이 ‘내가 전화를 받았지만 도저히 이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기자회견을 연다. ‘나를 뽑아준 주민의 뜻을 받들어서, 법의 정의에 따르는 검사장이 되겠다’고 밝힌다. 선출직 검사장 18명 중 단 3명만 제대로 해도 검찰은 분명히 바뀐다.”(이국운 교수)

투표창이 23 대 19로 바뀌며 다시 요동쳤다. “찬성: 선택할 수 있으면 바꿀 수도 있다.”(이아무개) “찬성: 다양한 의사결정자를 선출해야 직접민주주의에 좀더 접근할 수 있다.”(권아무개) “찬성: 민주주의 기본은 견제입니다. 민선 시·도지사, 교육감, 지역구 의원처럼 수사기관도 견제하게 해야 합니다.”(권아무개) 배심원 8명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이번엔 배심원단이 찬반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질의·응답 차례.

질문: “검사장을 직선제로 바꾸었을 때 실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효과를 말해달라. 추측이 아니라 논리에 근거해서.”

이국운 교수: “스폰서 검사는 검찰이 중앙집권적, 상명하복 조직이라 생긴다. 지역 주민이 검사장을 뽑으면 개혁할 수 있다.”

질문: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려면 경찰이 전문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 두 전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권 조정을 할 수 있나?”

이광철 변호사: “수사권을 지금 바로 경찰에게 주자는 게 아니다. 경찰을 중앙경찰,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

직선제 도입이 승리했지만…

양쪽 전문가들은 모두 박근혜 탄핵으로 불타오른 촛불광장의 민심으로 검찰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신중히 결정해달라고 최후진술했다. 배심원단은 6개 조로 8~9명씩 나뉘어 40분간 심의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대학생부터 퇴직공무원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배심원들은 서로 찬반 의견을 나누며 생각의 차이를 좁혀갔다. “무소불위의 힘을 쪼개는 게 최우선 과제다. 촛불민심이 뜨거울 때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먼저 해야 한다.”(정아무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수십년간 안 됐다. 일단 직선제를 통해 국민의 대리인을 검사장에 앉혀놓고, 그 사람이 수사권을 조정하는 공약을 내게 하자. 검경 수사권 조정이 더 중요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직선제가 먼저다.”(박아무개) 결국 검사장 직선제 도입에 대한 최종투표는 28 대 22. 찬성 쪽이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사전투표 때 찬성표를 던졌던 7명이 반대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백승헌 ‘바꿈’ 이사장은 “검찰개혁은 단 한 번의 승부가 아니다. 시민들이 5년, 10년, 20년 끈질기게 싸워나가야 한다. 정책배틀이 다양한 토론을 사회적으로 이어가는 매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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