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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 ’이 왕따에 익숙해져라?

등록 :2017-02-01 15:30수정 :2017-02-01 16:31

온라인 커뮤니티에 ‘헬조선식 왕따 예방법’ 글 올라
누리꾼들 “무엇이든 피해자 잘못인가” 비판 줄이어
‘미국 어른들이 왕따에 대처하는 방법’ 영상도 화제
전문가 “공동체 차원 구조적 해결책 모색해야” 지적
‘헬조선식 왕따 예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 안내판. 인터넷 갈무리
‘헬조선식 왕따 예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 안내판. 인터넷 갈무리
“왕따에 익숙해지라”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는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이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1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헬조선식 왕따 예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누리꾼은 “피해자가 못나서 왕따를 당하나”라는 글과 함께 한 학교에 비치돼 있는 안내판 사진을 올렸다.

이 안내판은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이라며 ‘가해 학생 앞에서 주눅 들지 말 것’ ‘침착하게 행동할 것’과 같은 일반적인 대응 방안 외에 ‘친구들과 유사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도록 노력하라’ ‘소지품과 돈을 자랑하지 말라’ ‘나를 험담하는 별명이 있다면 그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은 안내판뿐 아니라 포스터와 소책자 등으로도 제작됐는데, 아직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선 중·고등학교에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특히 ‘피해자에게도 왕따 책임이 있다’는 식의 표현들을 문제 삼았다. ‘내가 왜 따돌림을 당하는지 원인을 찾는다’와 같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라’ 등 따돌림을 받아들이라는 식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이라는 포스터에 담긴 문구들. 인터넷 갈무리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이라는 포스터에 담긴 문구들. 인터넷 갈무리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이라는 포스터에 담긴 문구들. 인터넷 갈무리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이라는 포스터에 담긴 문구들. 인터넷 갈무리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가 다수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 ‘맘들의 진짜 나눔’ ‘82쿡’ 등은 물론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교육 현장의 안이한 인식을 꼬집고 있다. “상식이 없는 사회가 되어 가는 듯. 이거 만든 사람은 따돌림 겪어봤나?”(dea*****) “무엇이든 피해자 잘못? 정말 헬조선이다”(sup*****) “왕따에 수긍하라는 뜻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나” 등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전문가는 “한국은 아직 피해자가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 집단 따돌림 해결책은 제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는데, 사례는 증가하고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스스로 해결하라’는 수준에서 나아가 법적·사회적 장치에 대한 연구가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이 비판을 받으면서 ‘미국의 어른들이 왕따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2015년 유튜브 영상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13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해당 영상은 두 학생이 한 학생을 괴롭히는 콘셉트의 ‘몰래 카메라’를 통해 이를 목격한 어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봤다. 어른들은 가해 학생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안 되겠니?”라며 타이르거나 “다른 사람이 너한테 그러면 좋겠어?” “너희들은 지금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라며 따끔한 충고를 한다.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을 불러 “가방이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해 학생을 위로하기도 한다. 영상 말미에는 “누가 왕따를 막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우리 모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왕따를 감내하라고 말하는 한국의 어른으로서 부끄러워지는 영상”이라며 칭찬했다. “저렇게 당당하게 잘못됨을 말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오*****) “진정한 어른이다. 존경스럽고, 반성하게 된다”(김*****)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유럽 등에서는 집단 따돌림 문제를 공동체가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집단 따돌림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듯 문화적·사회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구조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2회)’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본 학생은 3만9000여명으로 전체의 0.9%이며, 이 가운데 집단 따돌림이 25% 수준으로 ‘언어폭력’ 다음으로 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 괴롭힘’ 등 새로운 유형의 집단 따돌림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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