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구하러 온다 해서 정말 구하러 와줄 줄 알았습니다. 헬기가 왔다기에, 해경이 왔다기에 역시 별일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평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아마도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것은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1차 촛불 집회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의 발언에 눈물바다가 됐다.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던 9명(김진태, 김준호, 이종범, 박준혁, 설수빈, 양정원, 박도연, 이인서, 장애진)은 이날 처음 공개적으로 시민들 앞에 섰다. 이들은 먼저 간 친구들에게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라는 말을 남겼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이날 생존 학생 대표로 발언을 한 장애진(20)씨는 먼저 세상을 뜬 친구들과 유가족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장씨는 “참사 당일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받고 제대로 지시해주었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주었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저희들은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지난날들처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숨어 있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 다 찾아서 책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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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을 마치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올라와 눈물을 흘리며 생존 학생들을 한 명씩 껴안았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초등학교 교사 심준희(40)씨는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사람들이 거울 보며 머리를 매만지듯 한국이 세월호라는 민낯을 보며 어떻게 변해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며 “지겹다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직 9명이 바닷속에 있는데 어린이들은 그런 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45분께 시작된 본집회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추산으로 시민 60만명(전국 64만명)이 모였다. 7시35분께 주최 쪽은 미수습자 9명을 위한 소등 행사를 진행한 뒤 노란 풍선 1000개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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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밤 10시30분께 광화문 시민열린광장에서 정원 스님(64)이 분신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위독한 상태다. 정원 스님은 분신 장소에 ‘박근혜는 내란사범,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떼고 물러나라!’는 유서 형식의 글을 스케치북에 써서 남겼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8일 “보호자 뜻에 따라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연명치료도 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수지 고한솔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