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재판 대리인단이 첫 변론기일에서 ‘재판 지연’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가운데 헌재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지난 5일 2차 변론의 증인으로 채택된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중 이날 법정에 나온 사람은 윤 행정관 1명뿐이었다. 유일하게 출석한 윤 행정관의 신문도 실체적 진실 규명에 큰 도움은 못 됐다. 신문 시간은 3시간30분 넘게 걸렸지만,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모른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말하기 곤란하다”는 말을 100여차례 해가며 버텼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증인은 증언할 의무가 있고 증언을 거부하려면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박 대통령이 옷값을 직접 냈다거나,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는 등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헌재는 오는 10일에는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12일에는 유희인 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이영선 행정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를, 19일에는 다시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을 증인신문할 계획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박 대통령 쪽 관계자들이다. 이들이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요구서를 피해다니거나, 모르쇠나 증언 거부 전략을 쓰면 제대로 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헌재가 이런 지연 전략에 마냥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헌재는 준비절차 기일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법정 중심의 탄핵심판이 이루어지려면 당사자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인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부득이 (검찰 수사)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헌재는 6일 경찰에 잠적한 안봉근·이재만 비서관을 찾아달라는 증인 소재탐지 촉탁 신청을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