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촛불민심’을 부정해 ‘촛불 폄훼’ 논란을 일으킨 박근혜 대통령 쪽 법률 대리인 서석구(73·사법연수원 3기)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에서 다룬 ‘부림사건’(부산 학림사건)을 판결한 판사 출신이다.
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소추 2차 변론에서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민심이 국민의 민의가 아닌데도 국회가 이를 탄핵사유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라며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촛불집회에서 불린 노래 ‘이게 나라냐’의 작곡가 윤민석 씨에 대해 “김일성 찬양노래를 만들어 4번이나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인물이다. 어떻게 촛불민심에서 김일성 찬양노래를 지은 사람이 만든 노래가 불러지느냐”, “촛불집회에서는 대통령을 처형할 단두대를 설치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했다”고 ’색깔론’을 폈다.
서석구 변호사는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됐던 ‘부림사건’의 재판을 맡은 담당 판사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부산 지역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0여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대구지법 단독 판사였던 서 변호사는 22명 가운데 3명에 대한 재판을 맡아, 피고인 2명에게는 선고유예와 집행유예, 나머지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는 당시 검찰이 앞선 2명에게 징역 5년, 실형을 받은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이다. 서 변호사는 선고 뒤 좌천됐다 198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시민단체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서석구 변호사는 판사직을 그만둔 뒤 1990년대 중반부터 보수단체에서 활동하며 현재 어버이연합 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부림사건’ 판결에 대해 “무죄 판결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후회한다”고 밝히며 당시의 자신이 ‘좌편향’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A)〉 시사프로그램 ‘쾌도난마’에 출연해 “당시 가난했던 시절의 영향과 좌편향 책을 많이 읽으면서 부림사건이 억울하다고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종북성향’이라고 비난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정미홍 전 아나운서를 대리할 때 법원에 막말 수준의 답변서를 제출해 대한변협에서 300만원 과태료의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종합편성채널에 나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 때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날 2차 변론에서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예수는 십자가를 졌다. 언론은 부실한 자료를 토대로 다수결의 함정을 이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론의 모함으로 사형장에 가는 소크라테스와 같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서 변호사가 재판을 앞두고 기도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최근 “과거에는 <한겨레> 자문위원까지 했고 운동권 판결과 변론으로 명성을 날렸던 판사, 변호사였는데 내가 접견한 대부분의 운동권들은 김일성 주사파 논리를 펼쳐 (생각이) 바뀌게 됐다”라며 “대통령 개인보다 이석기 석방 요구하는 민중총궐기가 주도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이 사건(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뛰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법조인대관에서 검색되는 서 변호사의 취미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애국투쟁’이고, 논문은 ‘맥아더 동상 지키기 결사항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수대연합,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다.
김지숙 김민경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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