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5일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부실 변론’이나 아전인수 격 해석을 담은 ‘억지 변론’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재판 준비가 부족했거나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특검 수사기록을 제출하지도 않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정치적 중립을 문제삼았다. 서 변호사는 “헌정사상 초유로 야당만 특검 후보 추천권을 가져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검찰청법 등을 위반했다”며 “이런 특검 수사를 누가 신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야당에만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준 것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의혹을 수사할 특검 후보자 추천권도 여야 합의에 따라 야당에만 있었다.
서 변호사는 “노무현 정권 때 특채로 임명된 검사(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수사는 도저히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 팀장이 마치 노 대통령의 혜택을 받은 사람처럼 몰아갔다. 윤 팀장은 2002년 잠시 검찰을 떠나 변호사 생활을 하다 이듬해 검사로 복직한 바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윤 팀장은 안희정·강금원 등 노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했던 전력이 있다. 2013년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을 윤 검사가 적극 수사하자 새누리당은 서 변호사와 똑같이 ‘노무현 정권 특채’를 운운하며 중립성을 문제삼았다.
또 다른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근래 들어 일부 방송사에서 녹음파일이 방송되거나 관련 사실들이 유출되고 있다”며 “재판부가 청구인 쪽에 자료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지적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추위원 쪽에서 유출했다는 자료가 있느냐”는 박한철 헌재소장의 질문에 멋쩍게 웃으며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권성동 의원은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온 수사기록 7박스 중 6박스는 개봉도 안 했고 1박스는 열었지만 검토도 못했다”며 “국회 소추위원단에서 기록이 나갔다는 억측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들은 간단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인증등본(원본과 동일하다고 인정된 사본) 송부촉탁과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쪽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기록 제출을 신청했으나, 조 전 사장은 소송을 바로 취하해 재판기록이 거의 없다. 또 박 대통령 쪽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달 제출받은 수사기록에 포함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없다며 제출명령을 신청했다 바로 취하하기도 했다.
김민경 김남일 기자 salmat@hani.co.kr
내곡동 특검 전례 있는데…“헌정사상 초유 야당만 후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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