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1차 변론이 박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9분 만에 끝났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탄핵심판을 “대공지정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3일 오후 2시에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심리하는 탄핵심판 1차 변론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의원과 박주민·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과 황정근 변호사 등 대리인 10명과 이중환 변호사 등 박 대통령 대리인 9명이 출석했다. 일반 시민 방청객 54명도 참석했다. 그러나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이 이날 출석하지 않아 변론은 시작한 지 9분 만에 종료됐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피청구인이 출석 안 했으므로 헌재법에 따라 변론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변론은 5일 오전 10시로 피청구인이 불출석해도 심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법 제52조는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하고, 다시 정한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뒤 처음으로 9명의 재판관이 모두 등장한 이날 공판에서 박 헌재소장은 사자성어를 인용해 탄핵심판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박 헌재소장은 “헌재는 이 사건이 헌법 질서에서 가지는 엄중한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대공지정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여 심리하겠다”고 말했다. 대공지정(大公至正)은 ‘아주 공정하고 지극히 바르다’는 뜻으로, 탄핵심판 절차를 공정하고 바르게 진행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헌재 쪽은 밝혔다. 또 박 헌재소장은 “5일까지 신문이 필요한 증인을 추려서 정리해달라”고 양쪽 대리인에 요청해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본격적인 탄핵심판 심리는 5일 열리는 2차 변론기일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5일에는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윤전추·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이어 10일 3차 변론에는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이날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은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한 정 전 비서관, 박 대통령 지시사항을 진술한 안 전 수석,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최씨 순으로 증인신문을 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국회 소추위원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은 박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소추 사유를 부정한 데 대해 유감을 밝혔다. 권성동 의원은 변론기일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대통령 대리인이었다면, 탄핵 법정 밖에서 얘기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부적절하기 때문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대리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인사 추천 등을 일부 인정한 기자간담회 기사와 최씨가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에서 입을 옷을 살피는 ‘의상실 동영상’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